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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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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영토 깃빨꽂는 '전기차' vs 반격카드 준비하는 '수소차'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0.19 11:06

▲현대차가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공개한 FE 수소 콘셉트카 (사진=현대자동차)



"수소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멍청하다(incredibly dumb)." 전기차를 선도하는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발언이다.

머스크는 지난 2015년 1월 미국 오토모티브 뉴스 주최 컨퍼런스에서 수소차 자체를 ‘완전히 바보같은 존재(extremely silly)’라고 표현했다. 수소 자체 생산 및 저장 과정이 어렵게 구성됐고 전기분해 방식으로 수소를 얻고 H2O(물)가 분리되는 방식도 비효율적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2년이 지난 2017년 5월 머스크 CEO는 다시 한번 수소차에 일격을 가했다. "놀랍게도 몇몇 회사들은 아직도 수소연료전지차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같은 정책이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 CEO 발언은 현대차, 혼다, 토요타, GM 등을 겨냥한 것이다.


◇ 너무 비싼 수소차…판매 전망치 전기차 대비 26분의 1 수준

▲글로벌 수소차 판매량 전망치. (단위=천대, 표=IHS 마킷)


사실 머스크가 수소차를 배격하는 유일한 인물은 아니다. 다임러의 디터 제체 회장은 "수소연료전지차가 개발될 시점에는 전기차가 더욱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므로 수소차는 미래의 차로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리서치회사 LMC오토모티브에 따르면 2026년 전기차는 580만 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이지만, 수소차 판매 전망치는 22만 대로 전기차 판매전망치 대비 26분의 1에 불과하다.

배터리 전기차보다 수소차의 채택이 훨씬 느린 이유다. 앞서 2014년 줄리안 콕스 전문가는 친환경에너지 전문매체 클린테크니카 기고를 통해 수소차 지지자들의 주장이 틀렸다는 점을 폭로하면서, 수소차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저감하는 데 아무런 이점이 없다고 주장했다. 천연가스를 사용할 경우, 전통내연기관엔진(ICE) 차량보다 더 많은 배기가스를 내뿜을 수 있다며 환경적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콕스는 "연료전지가 전기 배터리보다 마모가 빨라 재생이 불가능하며, 효율성이 좋지 않고, 다량의 수소를 얻는 방법이 가솔린과 비교해 유의미하게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많은 양의 수소를 배분하거나 제조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지금 당장 짓기 시작해도 20-3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굳이 전문적인 내용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현실은 더 녹록치 않다. 핵심부품인 배터리 비용 하락으로 가격이 많이 하락한 전기차와 달리 수소차는 상당히 비싸고, 성능은 뒤쳐져 있다.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투싼ix 수소차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1억원에 육박하는 가격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는 올해 초 투싼ix 수소차 가격을 8500만원으로 내렸지만 이 가격 역시도 소비자들에겐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 충전시간·주행거리 등 전기차 대비 이점 상당

▲(자료=에너지경제신문)


그렇다면 친환경차의 패러다임은 전기차로 완전히 넘어갔다고 봐야 하나.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원료인 ‘수소’를 연료로 하는 수소차는 여전히 버릴 수 없는 카드다.

현대차, 도요타, BMW 등 완성차 기업들은 수소차가 밝은 미래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고 있고, 현대차는 전기차보다 수소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앞서 한바탕 환경오염 논란이 일어났다 하더라도, 부산물로 물만 배출해 ‘궁극의 친환경차’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전기차 대비 이점도 확실하다. 테슬라의 모델3가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220마일인 반면, 수소차는 350 마일 (563km)에 달해 기존 자동차와 동등한 수준이다. 실용성도 뛰어나다. 충전에 몇 시간씩 걸리는 전기차와 달리 몇 분 만에 수소를 채울 수 있다.

BMW는 최근 가솔린·디젤 등 기존의 화석 연료와의 안녕을 고하며, 전기차 양산체제를 구축하는 동시에 수소차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BMW는 2021년부터 수소차 생산에 들어가며, 수소연료전지의 비용을 낮추고 에너지 효율을 높여 2025년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한다.

BMW도 완전히 확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마티아스 클리츠 BMW 파워트레인 연구 담당은 "수소를 개인용 운송연료로 채택하기에는 많은 도전적 요인들이 남아있다"면서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고 지나치게 비싼 가격도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 수소위원회 발족으로 ‘주목’…2020년까지 1조원 투자

모두가 전기차를 말하는 이 시점에 수소차에 미래가 있을까. 만약 대량 생산과 대중화가 가능한 지에 대해 말한다면, 경쟁력은 없다. 그러나 연구개발(R&D)에 투자할 비용이 충분하다면 상황은 변할 수 있다.

특히, 지난 1월 자금력이 풍부한 수소위원회의 발족으로 부담이 덜어지는 모양새다.

수소위원회의 현대차그룹, 도요타, 프랑스 정유회사 토탈, 네덜란드계 정유기업 로열더치쉘 등 13개 완성차 및 에너지 기업은 수소위원회를 발족하고 관련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다. 13개 기업들은 향후 5년간 수소차 관련 제품에 107억 달러(한화 11조 9626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위원회 측은 오는 2018년에서 2020년까지 14억 달러(한화 1조 5811억 6000만 원)를 투자해 연구개발·시장 소개·수소시스템을 보급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에는 수소차와 수소저장 둘다 포함된다.

회원으로 참여 중인 기업들의 규모에 비하면 14억 달러라는 금액이 그리 많지 않지만, 지난 10년간 수소시스템에 대한 총 투자액이 25억 달러(2조 8270억 원)였던 것을 고려하면 향후 수소에너지 업계의 명확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그 사이 수십억 달러가 배터리구동 에너지저장 시스템과 차량에 투입될 것이라는 데 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의 슬라브 연구원은 "당분간 배터리 전기차가 우위에 있을 것임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하며 "전기차 기업들도 가만히 머물러있지 않고 효율성과 비용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힘쓸 것이다. 수소차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전기차를 따라잡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수소는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무공해 에너지원이면서, 자동차 연료나 원자재 등 다양한 산업 생산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며 "여러 도전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청정에너지로서 잠재력이 크다"고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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