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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중동 화약고’ 이라크 쿠르드 독립투표...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한상희 기자hsh@ekn.kr 2017.09.27 07:50:14

 

Iraq Kurdish Referendum <YONHAP NO-5118> (AP)

▲쿠르드 분리독립주의자들이 지난 17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쿠르드 깃발을 흔들며 독립투표 실시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P/연합)



국제사회의 반대 속에서도 강행된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의 분리·독립 찬반 투표 첫 집계 결과 90% 이상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군사적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독립투표가 열린 지역이 이라크 부의 원천인 원유 매장 밀집 지역을 포함하고 있는 만큼, 한창 상승흐름을 타고 있는 국제유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KRG의 분리·독립 찬반 투표가 강행된 지난 25일 국제유가는 3% 이상 폭등했다. 미 서부텍사스산 경질유(WTI) 3.1% 급등했고, 브렌트유는 배럴당 60달러선에 바짝 다가서며 2년 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유가 랠리는 터키가 쿠르드 자치지역의 원유 수출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부텍사스원유(WTI) 11월물은 1.56달러, 3.1% 상승한 배럴당 52.2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4월 이후 최고치다. 브렌트유 11월물은 2.16달러, 3.8% 오른 배럴당 59.02달러에 장을 마쳤다. 지난 2015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문제가 된 것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분리·독립 투표를 강행한 KRG에 석유 수출길을 막겠다고 위협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이스탄불에서 열린 행사에서 "(하부르 국경검문소에서) 출·입경이 모두 차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런 다음에 그들이 어떤 경로로 석유를 보내는지 지켜보자"면서 "필요하다면 우리는 이런 조처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전에 말한 대로, 어느날 밤 불시에 우리가 갈지 모른다"며 이라크 영토에서 군사작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에너지 헤지펀드 어게인 캐피털(Again Capital LLC)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블룸버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독립을 찬성하는 표가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라는 점은 모두가 예상했던 결과"면서 "이외에도 리비아 등 ‘화약고’ 중동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협이 커지면서 원유공급이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유가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 원유시장은 왜 쿠르드 독립투표에 주목해야 하나?

▲이라크 쿠르드 지역 송유관 경로. 쿠르드자치정부에 따르면, 자치구 내 원유매장량은 450억 배럴에 달한다. 짙은음영=쿠르드족 인구가 밀집된 지역, 굵은선=키르쿠크-제이한 송유관.



KRG에 따르면,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구의 원유매장량은 450억 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나이지리아의 산유량에 맞먹는 규모다.

지난 4월 노르웨이 시장분석기관인 리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는 2016년 쿠르드 자치구의 일일 원유생산량은 54만4600배럴에 달했으며, 올해 생산량을 60만2000배럴까지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쿠르드 지역의 원유생산량은 이라크 총 원유공급량의 12%를 차지했는데, 이는 산유국인 에콰도르와 카타르와 비슷한 수준이다.

쿠르드 지역은 육지에 둘러쌓여 고립돼 있기 때문에, 그간 KRG는 자체 생산된 원유를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기 위해 터키 남부 제이한항(港) 송유관에 의존해왔다. 쿠르드는 지난해 하루 51만5000배럴의 원유를 수출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지금까지 일평균 출하량은 58만3600배럴에 달한다.

이 때문에 KRG가 독립투표를 강행된 상황에서 터키가 실제로 송유관을 차단한다면, 글로벌 원유시장에 미칠 여파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 독립투표는 원유생산에 위협이 되나

KRG 독립투표는 자치구 내 세 지역 뿐 아니라, 분쟁 지역인 키르쿠크이 포함되면서 갈등이 한층 격화됐다.

키르쿠크 지역을 둘러싼 갈등은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에서 세력을 확대한 2014년부터 더욱 첨예해졌다. 페슈메르가는 이라크 정부군을 대신해 키르쿠크 지역을 사수했다. 이에 피난을 떠난 아랍계의 공백을 쿠르드계가 메우기 시작했고, 페슈메르가는 계속해서 도시에 주둔하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쿠르드의 영향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쿠르드 자치정부 수반인 모하메드 바르자니 대통령이 이라크 중앙정부와의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이라크 중앙의회가 바르자니 해임을 표결에 부치면서 갈등이 표면화됐다.

키르쿠크 지방 의회의 아메드 알-아스카리 에너지위원회 의장은 "독립투표에 대한 중앙정부의 반응이 유치하기 짝이 없다"며 "우리는 평화적인 사람들이며, 우리의 권리를 위해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자바 알 루아이비 이라크 석유장관은 "중앙정부는 KRG의 천연자원부 장관이 키르쿠크 유전을 운영하는 방식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KRG 천연자원 부처는 블룸버그의 답변 요청을 거부했다.

세게에너지기구(IEA)는 "KRG의 독립표가 구속력을 갖지 않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원유시장에 즉각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며 "쿠르드 지역 분쟁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IEA는 OPEC 2위의 산유국인 이라크를 포함해 OPEC 내 원유 공급을 추적하고 있다.


◇ 원유 수출, 위험에 처했나…터키 수출길 차단 경고


워싱턴 연구소의 마이클 나이츠와 미국의 공화당계 정책 연구 기관인 미국 기업 연구소의 마이클 루빈은 중동 지역 전문가는 "현재 KRG가 처한 가장 큰 위협은 그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오던 이웃나라 터키가 독립투표를 반대하면서, 쿠르드 지역에서 제이한까지 70만 배럴의 원유를 수송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폐쇄하겠다고 경고한 것"이라고 밝혔다.

나이츠 전문가는 지난 2년간 KRG가 국제 석유회사에 지불한 납입금 데이터를 인용해 "터키가 송유관을 차단한다면, KRG가 에너지 산업에서 얻던 수익 중 상당 부분이 상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 석유기업들과 진행 중인 사업이 중단될 수 있는데다,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Russia’s Rosneft Oil PJSC)와의 천연가스관 건설 계약마저 파기될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즉, 터키의 위협이 현실화될 경우 KRG가 원유 수입을 바탕으로 확고히 한 자치력에 직격탄을 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나이츠 전문가는 "현 시점에서 KRG는 쿠르드 지역의 송유관이 향후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에너지 기업들을 안심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석유기업들에 리스크로 작용하는가


쿠르드 지역에서 공개적으로 유전개발과 원유 생산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상장기업은 걸프 키스톤 페트롤리움(Gulf Keystone Petroleum Ltd.), 제넬 에너지(Genel Energy Plc), DNO(DNO ASA)가 있다.

걸프 키스톤은 샤이칸 유전에서 하루 3만6700배럴을 생산하고 있고, DNO는 터키 국경 인근의 타우케 유전에서 원유를 생산 중이다. 쿠르드 현지 석유기업인 KAR 그룹( KAR Group) 역시 쿠르말라, 아바나, 바이 하산 유전을 운영하고 있다.

나이츠 전문가는 "최근 쿠르드 지역에서 유전 운영 리스크는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북부로 이동함에 따라 일부 완화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쿠르드 독립투표 관련, 걸프 키스톤의 존 페리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9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걸프 키스톤의 유전 사업은 쿠르드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인 만큼,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밝혔다. 제넬과 DNO 측은 즉각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 키르쿠크가 왜 문제가 되는가

독립투표가 단행된 지역 중 가장 충돌이 컸던 곳은 키르쿠크 지역이다.

키르쿠크 지역은 경기도 면적에 불과한 작은 지역이지만 ‘잠재적인 화약고’로 평가받고 있다. 이라크 원유자원의 핵심지로 꼽히기 때문에 쿠르드, 아랍, 투르크멘족이 키르쿠크를 놓고 다툼이 치열한 탓이다.

특히, 독립투표를 앞두고 쿠르드와 투르크멘이 유혈충돌을 벌이면서 긴장감은 더욱 고조됐다.

키르쿠크 지역은 이라크가 1927년 최초로 유전을 발견한 이래 대표적 유전지대로 꼽혀, 이번 중앙정부와 KRG 간의 갈등이 정치적 문제가 아닌 석유를 둘러싼 이권다툼으로 풀이하는 시각도 많다. 실제로 파야드 알-니마 이라크 석유부 차관에 따르면, 키르쿠크 유전은 KRG의 통제 아래에서 하루 35만에서 4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더구나 독립투표는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기 때문에 이번 투표와는 별개로 향후 키르쿠크를 둘러싼 갈등은 더욱 격화될 조짐이다.

앞서 중앙정부는 쿠르드 독립투표 계획에 키르쿠크를 포함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규정하면서 보복조치를 단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19일 칼리드 알-미페르지 이라크 연방의회 대변인은 "쿠르드족이 무력으로 키르쿠크 지역을 독립투표 지역에 포함시킨다면, 불법점령으로 간주할 것이며 중앙정부는 이 땅을 찾기 위해 공습을 강행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국내 에너지 업계 전문가는 "이라크 쿠르드 자치지역이 지리적으로 터키, 이라크 중앙정부, 이란, 시리아에 둘러싸인 내륙에 있는 탓에 터키가 육로 국경을 막으면 이 지역은 사실상 완전히 봉쇄된다"면서 "독립 국가 수립 절차를 추진하려는 KRG와 바그다드 중앙정부, 이란, 터키 등 주변국 간 충돌과 갈등이 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쿠르드 분쟁은 당분간 원유시장의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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