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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금융사 ‘코리아 엑소더스’…"韓 매력없고 규제 심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9.21 16:44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경제신문 나유라 기자] 외국계 금융사들이 수익 부진, 규제 심화 등을 이유로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모펀드 시장이 축소되고 있고 당국 규제가 까다로운 현재 상황에서는 외국계 금융사 이탈을 막는 것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우리나라 입지가 축소되고, 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한국 시장 철수 혹은 사업 축소를 결정한 외국계 금융사는 총 4곳이다. 지난 6월 골드만삭스, RBS, BBVA 등 외국계 은행 3곳이 국내 지점을 폐쇄했고, JP모간자산운용도 최근 국내에서 리테일 영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외국계 운용사들의 ‘코리아 엑소더스’가 앞으로 더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은 삼성액티브자산운용에 영업부문을 넘기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피델리티자산운용도 국내 운용부문 철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인도 등 신흥국에 비해 매력적이지 않고 공모펀드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당국 심사나 규제가 까다롭고 운용업계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유지할 만한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사모펀드 순자산은 50조4000억원 급증한 반면 공모펀드 순자산은 1조6000억원 감소했다. 또한 지난해 JP모간자산운용은 4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외국계 운용사들은 국내 시장에서 사모펀드를 설정할 시스템 등이 없기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 시장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 주식형 펀드 비과세 혜택이 올해 말로 종료되기 때문에 앞으로 외국계 운용사들이 사업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내년부터는 해외 상장주식이나 펀드에 가입할 때 15.4%의 배당 소득세를 내야 하는 반면 국내 주식형 펀드는 세금을 물지 않는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펀드를 모집할 때 은행 등 계열사 의존도가 강해 외국계 운용사들이 살아남기에는 녹록치 않다"며 "비과세 해외펀드처럼 특례를 주는 제도를 만든다고 해도 운용사들 손익이 얼마나 개선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사들이 우리나라 시장에서 잇따라 사업을 철수할 경우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우리나라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외국계 금융사들은 우리나라에 비해 고용 경직성이 약하고 해외 시장 진입과 출입이 자유롭다. 이에 외국계 금융사들이 우리나라보다 인도 등 성장성이 유망한 국가에서 승부수를 띄울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외국계 금융사들의 한국 시장 철수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는 것도 쉽지 않다. 해외 운용사들에만 인센티브를 부여할 경우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글로벌 IB 운용인력이나 리서치인력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며 "글로벌 IB들이 철수하면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위축되고, 개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의 폭도 좁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자본시장이 발전해야 실물경제도 뒷받침되는 만큼 다른 국가와 비교해 우리나라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원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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