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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들 수첩] 선악(善惡)의 의미를 배우지 못한 청소년들

박기영 정경부 기자

박기영 기자pgy@ekn.kr 2017.09.14 10:26:53

 
박기영 증명사진
땅거미가 내린 공사장 옆 골목에 한 소녀가 무릎을 꿇고 앉아있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그의 주변에는 각목과 쇠파이프, 유리병 등이 나뒹군다. 그를 둘러싼 다른 소녀들은 상처 입은 채 가늘게 떨고 있는 그를 조롱하고 비웃는다. 전형적인 조폭영화의 한 장면과 다르지 않다. 영화 속 장면이라면 주인공이 기적같이 나타나 악당들을 물리치고 구원의 손길을 내밀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최근 일부 여중생들이 자행한 영화 같은 현실에 전 국민이 개탄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1일 부산 사상구의 한 공장 인근 골목길에서 여중생 3명이 여중생을 공사 자재와 의자, 유리병 등으로 1시간 30분 동안 100여 차례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또, 강릉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벌어졌다. 6명이 1명을 집단 폭행한 사건이다. 심지어 가해자들은 피해자 사진을 SNS에 올리며 자랑했다. 이쯤 되면 현실이 상상을 뛰어넘는다. 영화 속 조직 폭력배들은 자신들의 악행을 숨기기 위해 노력이라도 한다.

하지만 조폭보다 더한 가해자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나이가 어려 소년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여론은 들끓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소년법 폐지 청원만 수십만명이 넘게 동의했다. 성인에 비해 형량이 적고 처벌정도가 약한 소년법이 범죄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소년법의 취지는 아직 미성숙한 이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선처를 하고 갱생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선 반복적인 문제 제기가 있어왔다. 특히 청소년에게 적용되는 소년원과 보호감찰 제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젊은시절 소년원을 경험한 A씨(55세)는 당시를 회고하며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절대로 반성을 하고 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법은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최소한의 약속이다. 사회적 통념과 일반적인 상식을 명문화한 것이다. 인식의 변화에 따라 법도 매년 개정된다. 법을 특정 개인이 납득하지 못할 수는 있지만, 절대 다수의 사회 구성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그에 따라 법은 적절한 절차를 거쳐 바뀌어야 한다. 일본도 4번의 엽기적인 살인 사건을 겪고 나서야 소년법 개정이 이뤄졌다.

이번 폭행 사건 가해자들이 자신들의 범죄 행위에 대해 죄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선’을 가르치지 못한 사회의 책임이다. 그렇다면 ‘악’이 무엇이며 어떤 결과를 겪게 되는지라도 확실히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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