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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자구안 '퇴짜'...채권단, "구체적 내용 없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9.13 16:4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송진우 기자] KDB산업은행이 지난 12일 오후 금호타이어가 제출한 자구계획안을 반려했다. 자구안이 지난 7월 채권단에 제안한 내용과 다른 점이 없고, 계획 구체성·실효성이 결여돼 있어 내부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13일 금호아시아나그룹 최고 경영진은 산업은행을 찾아 금호타이어 자구안에 대해 그룹 차원의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설명했다. 채권단이 경영정상화를 위한 이행 계획과 방안을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게 재(再)제시하라고 요구한 데 따른 조처다.

금융·산업계에 따르면 박호석 금호아시아나 전략경영실장은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 방문, 전날 제출한 금호타이어 자구안에 대해 설명했다. 자구안에는 △중국 공장 매각으로 3000억 원 △유상증자로 2000억 원 △대우건설 지분 4.4% 매각으로 1300억 원 △구조조정 및 임금 반납으로 자금을 마련해 경영정상화를 타개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금호 측은 이를 통해 조달한 6300억 원으로 우선 채권단의 빚을 일부 상환한 뒤, 나머지 자금은 국내에 신규 투자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아울러 차입금 2조 3000억 원 중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1조 4000억 원의 상환 유예도 신청했다.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채권단 측은 자구안에 세부 내용이 누락돼 있어, 평가 자체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자구안이 지난 7월 박 회장이 제안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고, 이행 방안과 시점 그리고 자금 활용 계획에서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앞서 채권단이 부정적으로 평가한 요소 역시 보완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예컨데 유상증자의 경우, 유동성 자금 확보를 이유로 박 회장이 ‘알박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금호타이어 지분이 전무한 박 회장이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 20% 지분을 획득, 최대 주주에 오르게 돼 재매각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대우건설 지분 역시 채권단의 동의 없이는 매각할 수 없다. 채권단이 담보로 설정해뒀기 때문에, 금호타이어가 자체적으로 팔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중국 공장 매각안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대규모 손실로 인해 매각 상대를 찾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중국 공장이 보유한 차입금이 약 7700억 원에 달해 빚 탕감에도 벅찬 실정이다.

해외 매각에 줄곧 반대 의사를 표출해 온 생산직을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논란거리다. 금호 측은 사무직 및 임원에 대해서만 임금 반납 및 구조 조정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반려된 자구안은 수정을 거친 뒤, 다음 주 초에 열릴 주주협의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채권단은 주주협의회에서 금호타이어 자구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양측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채권단은 박 회장을 비롯한 금호타이어 경영진 해임 절차에 돌입하고 채권단 주도의 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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