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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너지] 'OPEC 시대의 종말'...세계 원유시장 미국-러시아가 이끈다

한상희 기자hsh@ekn.kr 2017.09.04 12:01:17

 

▲러시아 국영가스기업 가스프롬.(사진=AFP/연합)


사우디 아라비아를 필두로 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미국 셰일이 이끌던 세계 원유시장에 새로운 게임체인저가 등장할 전망이다. 바로 러시아 시베리아 서부의 바제노프 유전이다. 아직까진 대(對)러시아 제재에 가로막혀 고전 중이지만, 최대 셰일 지대 바켄과 사우디 최대 가와르 유전의 매장량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개발 성공 시 세계 원유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란 분석이다.

케네스 라포자 포브스 칼럼니스트는 "OPEC을 이끄는 사우디, 이라크, 이란이 더 많은 원유를 뽑아내 유가를 배럴당 20달러선까지 고꾸라트리지 않는 이상, OPEC으로 대변되는 기존 석유카르텔은 셰일에 갇혀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원유시장의 전통 강자 중동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미국과 러시아의 셰일업계가 국제유가를 좌우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 바제노프 유전 매장량 2조 배럴…"세계 원유 수요 64년 충당할 수 있는 규모"


현재 러시아 석유기업들은 대러제재라는 장벽으로 인해 미국 기업과 합작해 셰일오일을 개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라포자 칼럼니스트는 "러시아 변수를 간과할 수 없다"며 "러시아는 우주선을 달로 보낸 경험이 있는 상당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국가다. 더욱이 로스네프트 등 세계 최대 석유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셰일오일을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가능성은 충분히 높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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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에너지경제연구원)



러시아 최대 셰일유전으로 기대를 모으는 서시베리아 바제노프 셰일 유전의 크기와 매장량은 막대하다. 미 텍사스 주의 대표 셰일지대인 다코타와 이글포드를 합한 것보다 규모가 더 큰 것으로 집계됐다. 매장량으로 보면 미국의 바켄유전의 80배이며 전체 면적은 텍사스주 전체와 걸프만을 합친 크기로 230만㎢다. 바켄의 매장량이 250 배럴이라면 바제노프는 1조920억 배럴로 2조 배럴에 달한다. 2조 배럴이라면 전세계 원유수요를 64년 동안 충당할 수 있는 양이다. 사우디 매장량의 약 8배에 달한다.

바제노프 셰일유전에 힘입어 러시아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셰일 원유 매장량을 기록하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셰일오일 매장량이 782억 배럴에 달했고 뒤이어 러시아가 746억 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러시아의 뒤를 잇는 중국도 주목해야 한다. 중국의 셰일매장량은 322억 배럴에 달하지만, 지리적 조건과 부족한 수자원의 벽에 가로막혀 그간 개발이 힘들 것으로 전망돼왔다. 그러나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차이나머니와 빠르게 발전하는 원전 기술에 힘입어 자국 기술력으로 셰일 시추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러시아와 기술을 공유할 가능성도 있다.

또, 중국이 대기오염 억제책의 일환으로 석탄 소비 감축에 나선 가운데 대체재인 천연가스 발전소를 늘리면서 셰일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포자 칼럼니스트는 "전세계가 100% 재생에너지 사회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미국과 러시아의 셰일오일은 에너지 가격을 장기간 낮은 상태에 머무르게할 것"이라며 "미국과 러시아가 아시아와 유럽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양국 사이의 갈등은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러시아 셰일, 이제 시간문제"

러시아 관영매체는 지난 10년 간 셰일업계를 공격하는 데 전력투구해왔다. 수질오염과 오클라호마 주의 인공지진 유발 등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라포자 칼럼니스트는 "마치 학창시절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괴롭히는 남학생처럼 러시아는 셰일을 비판하면서도 사실은 셰일 기술 개발을 강하게 염원해왔다"고 풀이했다.

특히 러시아 기업 중 가스프롬의 석유부문 자회사 가스프롬 네프트가 셰일자원 개발에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 봄에도 바제노프 셰일층의 매장지 연구를 위해 87억 루블(한화 1693억 200만 원)을 투자했고 이 중 75억 루블(1459억 5000만 원)을 자체적으로 조달한 바 있다.

가스프롬 네프트는 러시아 기업 중 가장 앞선 셰일자원 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하나의 정에서 30단계 수압파쇄(프래킹)를 완료하면서 러시아 내 신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프래킹은 물, 모래, 화학약품을 혼합한 물질을 고압으로 분사해서 바위를 파쇄해 석유와 가스를 분리해 내는 공법이다.

시베리아 지역이 경제의 상당 부분을 석유와 가스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전통 유전지 내 매장량이 향후 30년 안에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현재 러시아는 셰일층 개발이 절박한 상황이다.

앞서 러시아 세르게이 돈스코이 천연자원환경부 장관은 "러시아의 기존 전통적 매장지의 석유 매장량은 향후 29년 후, 가스 매장량은 80년 후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비전통자원(셰일자원, 가스하이드레이트 등) 매장지 개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북극해 시추는 대부분 사람이 살 수 없는 매우 혹독한 조건에 이뤄진다. 북극해 시추가 그린피스와 같은 환경단체들의 주요 타깃이라는 점도 개발이 쉽지 않은 이유다. 환경단체들은 석유기업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북극곰을 잠재적으로 죽일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바제노프 유전 지대는 석유 생산 인프라가 이미 갖춰진 지역에 위치해있다는 점에서도 유리하다. 바제노프 유전의 개발은 워싱턴에서 런던까지 과학적, 경제적, 정치적, 에너지 산업 등 다양한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라포자 칼럼니스트는 "아무도 바제노프 유전의 정확한 매장량을 알지 못하고 있으나, 분명한 점은 엄청난 규모가 매장되어 있다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현재 바제노프 유전 내 경질유 매장량은 6억 톤에서 1740억 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라포자 칼럼니스트는 "현재 바제노프 매장량 추정치의 중간값을 가정하더라도 지금까지 알려진 러시아 전체 경질유 매장량보다 많다"며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라고 강조했다.

엑손모빌이 러시아 석유업계에 비전통 유전 개발 기술을 전수하려 했으나, 제재로 모든 계획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대러 제재로 미국 내 대형 원유시추기업들이 러시아 석유 개발에 참여할 기회를 영영 잃어버렸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14년 7월 미국과 유럽은 자국 에너지 기업이 러시아가 바제노프 유전 개발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했다. 당시 로이터 통신은 바제노프 유전의 면적을 62만2000제곱마일(약 160만㎢)로 추산하며 이는 캘리포니아 주와 텍사스 주를 합친 규모라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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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알제리에서 개최된 OPEC 회동 당시 모습. (사진=AFP/연합)



이와 관련, 라포자 칼럼니스트는 "러시아 정부의 바제노프 유전 개발 성공은 OPEC에는 사실상 죽음의 종소리"라고 경고했다. 바제노프 유전에서 생산할 수 있는 원유의 양은 사우디 최대 유전인 가와르 유전에서 지금까지 추출된 원유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는 유전에서 추출 가능한 천연가스를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바제노프 유전은 OPEC 뿐 아니라 미국 입장에서도 달가운 일이 아니다. 러시아가 바제노프 유전 개발에 성공한다면 공급과잉으로 유가가 추가하할 수 있는데다, 미국이 현재 주도권을 쥐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LPG) 시장에 신규진입자가 생겨 판세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미국은 세계 에너지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

미국 셰일업계의 손익분기 유가는 대략 배럴당 40달러선으로 알려져있다. 러시아는 달러보다 훨씬 가치가 낮은 루블화로 사용되는데다, 노동비용이 낮아 40달러보다 훨씬 낮은 유가에서도 버틸 수 있다.

라포자 칼럼니스트는 "결국 바제노프와 퍼미안 유전은 미국과 러시아가 빠른 시일 안에 완전한 에너지 독립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 미국과 러시아: 완전한 에너지 독립

퍼미안 유전은 실로 깊고 거대하다. 러시아 투자은행 VTB 캐피털의 드미트리 루카쇼프 애널리스트는 "퍼미안의 셰일 생산업체들이 그들이 계획한대로 현재 하루 200만 배럴에서 2024년까지 하루 1000만 배럴로 증산하는 데 성공한다면, 오늘날 약 1300만 배럴에 달하는 러시아와 사우디의 일일 원유수출량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설령 매일 1000만 배럴씩 생산한다 하더라도, 퍼미안 분지의 원유매장량으로 알려진 규모에 비하면 5%밖에 되지 않는다.

OPEC 입장에서 미국 셰일 생산자들은 현재 저유가 위기를 초래한 ‘악당’이다. 2007년 배럴당 2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던 유가는 셰일과 OPEC 간 증산 경쟁 이후 다시는 회복되지 못한 채, 3년 째 배럴당 50달러선에 머물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 바제노프 유전까지 상업용 생산에 성공한다면, 중동 산유국들의 상황은 말 그대로 벼랑끝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라는 신규진입자의 등장은 세계 에너지 시장에 장기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러시아와 미국·중국과 미국 간 지정학적 위기를 더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라포자 칼럼니스트는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머지않아 셰일 개발에 성공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다"면서 "러시아의 비전통 원유 공급은 세계 에너지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녀는 "가스프롬 네프트를 포함한 러시아 기업들이 수압파쇄공법 개발에 성공해 셰일자원 개발에 나서게 되면, 세계 원유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며 이는 시간문제"라고 전했다. 앞서 밝혔듯 러시아가 자체 기술을 개발할 가능성이 충분할 뿐만 아니라 중국의 기술적 지원을 받게 된다면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바제노프 셰일층은 이미 석유 생산 인프라가 개발되어 있는 서시베리아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개발 속도도 빠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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