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기고] 재정건전성, 진보와 보수의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경제ekn@ekn.kr 2017.09.03 10:29:02

 
[기고] 재정건전성, 진보와 보수의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clip20170903093944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국가재정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우리에게 결코 우호적인 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있다.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고, 고령화 속도는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복지제도를 도입하지 않아도 인구구조변화만으로도 2040년이 되면 우리의 복지지출은 선진국의 복지지출 수준을 추월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고려할 때 복지확대의 불가피성은 인정되지만, 정치권의 인기영합적인 복지확대는 도를 넘고 있다.

박근헤 정부에서 135조원에 달하는 새로운 복지가 도입되었고, 현 정부도 178조원에 달하는 복지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반면 세입기반은 날로 약화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어 자연세수만으로 늘어나는 복지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복지확대 요구를 적정수준에서 통제하지 못한다면 증세가 불가피하다.

‘세입 내 세출’이라는 재정규율을 잘 지켜온 덕분에 유지되었던 재정건전성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크게 악화되어 이제는 재정적자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재정적자와 흑자가 반복되면서 균형예산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2021년까지 재정적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최근 세수호조세가 이어지고 있어 국가채무를 GDP의 40% 초반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작년과 올해 예산대비 10조원 내외의 추가세수가 발생하고 있지만, 특별히 경기가 좋아서 세수입이 늘어난 게 아니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지난 정권의 비과세감면 등의 증세효과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세수호조세가 지속될 거라는 기대는 무리가 있다.

주요 선진국에 비해 우리의 국가채무 수준이 낮다는 것이 재정위기로부터 자유로움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남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에 빠지기 직전에 국가채무가 40%대 수준이었다는 점이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장기침체가 시작하기 전 1990년의 일본의 국가채무도 GDP의 47%이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복지지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현재 일본의 국가채무 비중은 250%에 육박하고 있다.

세계 최고수준의 국가채무로 인해 일본의 재정수입과 지출구조는 매우 취약하다.

일본의 재정수입의 약50%가 국채발행을 통해 조달되고 있고, 총지출의 25%가 국채의 원금상환과 이자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가채무가 증가할수록 국채비용이 늘어나 복지에 투입할 여력이 약화되고, 이는 다시 국가채무가 증가하는 악순환을 우리는 남유럽과 일본에서 목도하고 있다.

우리의 인구구조가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고 사회·경제적 여건이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부터라도 복지재정을 적정수준으로 통제하고 합리적인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복지재정의 규모와 재원조달 모두 가치판단의 문제로서 치열한 이념적 논쟁을 불러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복지재정에 대해서는 증가속도는 빠르지만 아직 선진국에 비해 지출수준은 낮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복지지출의 증가속도에 주목하는 입장에서는 복지지출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우려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반면, 지출수준이 낮다는 점을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복지지출을 늘려야 하는 당위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재원조달 측면에서도 이념적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효율을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국제간 이동성이 높은 자본과세보다는 소비세의 인상을 주장하는 반면, 형평을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소득세의 최고세율을 높여 누진도를 강화하기를 원한다.

복지재정과 재원조달에 대해 상반되는 통념적 인식을 넘어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요구를 수용해야한다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의 복지재정의 규모와 부담수준를 설정해야 한다.

재정을 건전하고 튼튼하게 유지하는 것은 진보와 보수의 이념의 문제가 아닌 우리가 지켜야할 의무이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  
  •  
  •    
  • 맨 위로



 
배너
배너
이미지

카드뉴스

+ 더보기
[카드뉴스] 개천절·추석·한글날, 10월 황금연휴 완.전.정.복...우리가 몰랐던 국경일의 뒷이야기들
[카드뉴스] 개천절·추석·한글날, 10월 황금연휴 완.전.정.복...우리가 몰랐던 국경일의 뒷이야기들 [카드뉴스] 다 된 가을에 미세먼지 뿌리기!...천고마비는 옛말, 미세먼지의 계절 '가을' [카드뉴스] [카드뉴스] '1회용' 비닐봉투 줄이기 프로젝트 [카드뉴스] 조선시대에도 냥덕들은 있었다!

스포테인먼트

0 1 2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