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젠 사옥.(사진=씨젠)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씨젠이 베크만 쿨터와의 제조자개발생산(ODM) 계약해지 여파로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견조한 매출 성장세에도 해외 자회사 실적이 본격적으로 반등하지 못하면서 당기순이익도 수년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씨젠 주가는 1월 2일 3만5000원에서 이달 18일 2만9250원으로 16.42% 하락했다. 14일에는 장중 2만8250원까지 급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는 것은 물론 최근 4년여 동안에 최저점을 기록했다.
▲씨젠 주가 추이. |
이처럼 씨젠 주가가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은 지난달 21일 베크만 쿨터와 분자진단 제품 개발 및 공급 계약을 해지한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2014년 체결한 해당 계약이 해지된 것은 베크만 쿨터 모회사인 다나허의 분자진단 사업 철수 때문이었으나 4분기 유럽 지역 판매가 무산되면서 주가도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계약 해지 발표 전인 지난달 20일 3만5400원이었던 주가가 18일 2만9250원으로 17.37% 급락했다.
매출액이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는 반면 당기순이익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올해 매출액은 2014년(644억원) 대비 37.57% 증가한 88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70억원으로 3년 전(91억원)에 비해 23.07%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2분기 매출액은 185억원으로 3개 분기 연속 최대 매출을 경신했으나 당기순이익은 29% 감소한 15억원을 올리는데 그쳤다. 해외 자회사로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본격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실제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지난해 상반기 61억원에서 올 상반기 88억원으로 44.26% 급증했지만 투자활동으로 인한 자금유출이 48억원에서 84억원으로 급증했다. 국내외 자회사 5곳 중 아랍에미리트의 Seegene Middle East (FZE)와 미국 Seegene Technologies, 우리나라에서 진단시약재료 제조 및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네오프로프 등 3곳의 당기순이익이 적자를 기록했다. 씨젠 측은 "2014년 이후 국내외에 자회사를 설립하고 투자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자회사 가운데 몇몇곳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다양한 종류의 분자진단 시약을 하나의 장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랜덤 액세스 분자진단 시스템 등을 출시하면서 실적 및 주가도 서서히 반등할 것으로 분석했다. 씨젠은 내년 말까지 해당 시스템에서 운용할 수 100여가지의 시약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베크만 쿨터와의 계약은 씨젠의 기술력 부족 등 내부적인 요인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견조한 실적이 확인된다면 주가도 나빠질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