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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대전 공장 ‘버핑장’을 아시나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8.15 11:59

▲(사진=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박기영 기자]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에는 ‘버핑장’이란 곳이 있다. 이곳은 한국타이어 공장 근로자 사이에서 ‘갈 데까지 간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며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다.

15일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 근로자에 따르면 ‘버핑장’은 타이어 수리장이다. 타이어에 흠집이 있는 경우 이를 수리하는 공정을 진행한다. 이곳은 타 공정보다 근력이 적게 필요한 곳이다. 하지만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근무 환경이 덜 열악한 이 곳을 피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그 이유를 "사측이 이곳에 일부 질환자들을 발령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질병의 정도가 심해 해당 업무도 처리하기 힘든 경우에는 더욱 쉬운 일을 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 공장 노동자들은 근무 중 생긴 질병을 앓고 있는 근로자들을 이처럼 관리하고 있는 것에 대해 ‘피해자의 산재 신청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타이어가 공장에서 장기간 근무를 하다 질병에 걸린 근로자들에게 산재처리를 하지 못하게 하는 대신 비교적 가벼운 일을 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한 한국타이어 공장 근로자는 "버핑장 정도면 아직 괜찮은 것"이라며 "정신질환자나 노동력을 더욱 상실한 근로자의 경우 소위 ‘허드렛일’을 시킨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타이어 공정상 유해물질과 한국타이어가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타이어 공장 내부의 온도가 40도까지 올라가면서 공정상 각종 화학물질이 발생하지만, 이 물질이 외부로 환기되지 않고 건물 내 복도를 따라 순환된다는 것이다. 해당 공장에서는 고무 공정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해물질 ‘흄’도 영국 기준치보다 두배가 넘는 수치로 검출됐다. 법원은 지난 2007년 대전노동청의 특별 감사와 지난 2010년 대전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결론을 인용해 사측의 책임을 인정했다.

한 한국타이어 근로자는 "법원 판결에도 한국타이어 공장은 달라진 것이 없다. 환기 시설을 설치하긴 했지만 사실상 작동하지는 않는다. 한국타이어는 직원들을 부품으로 본다"며 "작업중에 다친 직원들을 도서관 사서, 청소부, 목욕탕 등 직원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배치해 산재 신고를 막으면서 ‘전시용’으로도 쓰고 있다. 해당 공장에서 다치거나 병드는 것은 개인의 잘못이며 ‘너도 잘못하면 저렇게 된다’며 직원들에게 전시 교육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질병에 걸린 노동자들이 산재신고를 못 하게 하고, 여러 부서로 돌린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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