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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돈이 필요하면 증세보다는 정부부채 증가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8.10 12:30

▲이경찬 미래헌법연구소장


새로 들어선 정권에서는 재원이 부족하다면 세금을 올리자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틀렸다. 재원문제를 해결하려면 증세가 아니라 차라리 정부부채의 증가를 선택해야 한다.  

새로 집권한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것저것의 일들을 ‘100대 국정과제’라고 부른다. 그런데 문제는 돈이다. ‘100대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재원이 부족한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자기의 신념을 다른 사람들의 희생으로 이루려고 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그들은 세금을 올리자는 말을 너무나 쉽게 한다. 

세금을 올리자는 정치인들은 올라가는 세금은 초고소득자와 재벌기업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이니 중산층과 서민에게는 아무런 부담이 없다고 말한다. 

집권여당의 대표는 한술 더 떠 늘어나는 세금에 대하여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 스스로 명예와 사회적 책임을 지키는 명예과세라 부르고 싶다"라는 말까지 했다. 

이 말이 진실이라면, 정작 이 말을 한 여당대표 본인을 포함한 절대다수의 국민에게는 ‘명예와 사회적 책임을 지킬 기회’ 따위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니 안심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치인들의 말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모든 세금은 극소수의 부자들에게만 부담시키겠다고 시작해서 결국은 중산층과 서민이 몽땅 그 부담을 짊어지게 되는 것이 세금의 역사였다. 

지금은 극소수의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게만 조세 부담을 늘리겠다는 달콤한 말 때문에 명예세 부과에 찬성한다는 여론이 70%가 넘는다. 

하지만 결국 늘어나는 조세 부담은 극소수의 슈퍼 리치가 아닌 증세에 찬성했던 70%가 넘는 대다수의 국민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지게 될 것임을 예상하는 것은 세금의 역사에 비춰볼 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아울러 경기침체 때문에 추경을 해야 한다고 해서 그 야단법석을 떤 것이 엇그제인데, 경기위축을 가져올 것이 뻔한 증세를 이 시점에서 추진하겠다고 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입각한 경제적 논리에 따른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타인을 희생시켜서라도 반드시 해야겠다는 정치인 본색의 발로라고 밖에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시장원리와 경제적 논리를 무시하고 정치인의 독선으로 추진된 일들이 성공한 예는 역사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현시점에서 증세는 답이 아니다. 오히려 정부부채의 증가가 답이다.  

역대 정권은 자기들의 집권 기간 중 나랏빚이 늘었다는 비난이 두려워 정부부채의 증가를 금기시 했었다. 정부부채를 증가시키는 것은 정당하고 유효한 경제정책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임기 중 빚이 늘었다는 단세포적인 비난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정부부채의 증가는 우리경제에 보약일 수 있다. 일단 정부부채의 증가를 통하여 재원을 마련한 뒤 이를 생산적인 곳에 유효적절하게 사용하면 된다. 만일 이러한 정부투자가 성공적이었다면 GDP 증가분은 정부투자액을 상회하게 될 것이다. 

즉 경제 성장률이 높아지게 되고 성장률이 높아지면 당연히 조세수입은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정부는 늘어난 조세수입으로 정부부채를 관리해 가면 된다.  

물론 이러한 정책이 성공하려면 ‘유능한 정부’라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한다. 

정책효과를 확실하게 거둘 수 있는 곳에 제대로 쓸 수 있는 능력과 늘어난 조세수입을 방만하게 관리했던 지난 역대 정부와는 달리 늘어난 조세수입으로 정부부채를 제대로 상환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정부의 능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정치인의 책임과 희생’이다.  

사실 증세를 주장하는 정치인 역시 재원문제를 증세가 아닌 정부부채의 증가를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은 자신들의 책임이 숫자로 바로 들어나는 정부부채의 증가를 원하지 않는 것뿐이다. 자신들은 책임지기 싫고, 정책이 실패해도 두루뭉술 넘어가고 싶은 것이다. 

자신의 희생이 아닌 타인의 희생으로 자신들의 이상을 실현해보고 싶은 것이다. 이런 ‘정치인 본색’의 극복 여부가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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