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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갓뚜기가 더 우려스럽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8.07 17:17
송덕진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갓뚜기가 인기다. 처음엔 조직폭력배 연기를 잘 하는 신인 개그맨의 별칭인 줄 알았다. 알고보니 식품기업 오뚜기에 신이라는 갓(God)을 합성한 말이 갓뚜기였다. 그 갓뚜기의 인기 절정은 청와대에서 최고점을 찍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1차 간담회에서 정규직 고용과 성실 상속세 납부로 네티즌 사이에서 착한 기업 이미지로 알려져 있다는 이유로 오뚜기 함영준 회장도 초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러 기업인들 앞에서 "요즘 젊은 사람들이 갓뚜기로 부른다면서요" 치켜세우면서 "젊은 사람이 아주 선망하는 기업이 된 것 같다"고 오뚜기와 함영준 회장을 거듭 칭찬을 했다. 집권여당인 더블어민주당까지 모범적인 기업문화를 가진 오뚜기를 초청한 것은 모범적이라며 가세했다. 칭찬에 오뚜기 주가도 상승세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간담회 참석이 확정된 직후인 지난 24일 전날대비 7.25%로 상승한 79만 9,000원을 찍었다. 이렇게 오뚜기를 갓뚜기라며 착한기업이라는 상을 주고 있을 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장하성 정책실장이 오랫동안 몸 담았던 경제개혁연대는 착한기업이 아니라고 반박자료를 내놓았다. 노동계는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했다.

비정규직이 거의 없고, 주력상품인 라면가격을 수년째 동결하고, 1,500억 원대 상속세를 성실 납부 했다고 오뚜기 함영준 회장을 최고 권력자와 그 주변 권력자들이 칭찬했다. 기업을 상대로 날카로운 칼을 겨누고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장하성 정책실장도 그 자리에 있었다.

필자는 예전부터 경영권 방어 대책이 미약한 대한민국에서 순환출자를 금지하면 우량 기업들이 경영권 위험에 노출되어 회사를 도둑맞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순환출자는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비용을 줄이고, 신속하게 제품을 생산해 소비자들에게 질 좋고 값싼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내부거래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과 장하성 정책실장과 경제개혁연대는 순환출자는 불법이며 내부거래는 일감몰아주기라고 죄악이라면서 기업들을 공격해 왔다.

갓뚜기는 오뚜기, 오뚜기라면, 오뚜끼물류 다시 오뚜기로 출자된 기업집단이다. 오너 함영준 회장의 지분이 35%로 최대 주주이다. 매출 거의 대부분은 오뚜기에 올리고 있다. 오뚜기는 오뚜기 라면, 오뚜기 물류, 상미식품, 애드리치, 풍림푸드, 오뚜기제유 등 거의 대부분 내부 거래다. 아마 오뚜기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였으면 이미 규제 대상이며 징벌적 과징금을 물겠다고 난리가 아니었을 것이다. 거기에 오뚜기는 경쟁업체 삼양식품, 농심처럼 라면 가격 인상에 동참하지 않고 가격을 동결시켰다. 오뚜기의 주력상품인 진짬뽕의 매출이 저조하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라면 가격을 올려야 할 판인데 갓뚜기 이미지 때문에 올리지 못할 것이다.

최고의 권력자와 그 주변 권력자들이 기업인을 칭찬한 것은 참 좋은 모습이다. 칭찬은 나를 인정해주고 이해해주기 때문에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여주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준다. 그래서 칭찬에 고래도 춤춘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좋은 효과를 가진 칭찬에도 하지 말아야 할 칭찬도 있다. 그 중 비교 칭찬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 남들보다 좀 더 잘한다고 격하게 비교하여 칭찬하는 것은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다.

이번 대통령의 칭찬 이후 함영준 회장은 고맙지만 부담스럽다고 했다. 함영준 회장은 그동안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2000년 대표이사 취임 이후 공식석상에 등장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는 이름만큼 명성이 높아져 예전처럼 대중 뒤에 숨기 보다는 앞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동안 세상에 알려져 있지 않았던 경영성과에 대해 더 많이 챙겨야 할 것이다. 식품기업은 전통적으로 평균연봉이 상대적으로 낮고 복지수준도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어려운 점까지도 챙겨야 할 것이다.

기업은 비영리단체가 아니고 공공기관도 아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야 한다. 이윤을 많이 내 더 많은 고용창출을 해야 하고 많이 번만큼 세금도 그에 맞게 납세하면 된다. 그것이 기업의 역할이다. 최고 권력자의 칭찬으로 착한 기업, 좋은 기업으로 분류되는 것이 아니라 값싸고 질 좋은 제품으로 소비자의 만족을 높이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고 착한기업이다. 기업은 권력이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평가하는 것이다. 외부의 목소리보다 기업 내부에 있는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때이다. 주말 점심은 오뚜기 진짬뽕과 햇반으로 해결하면서 고민해 보았다. 갓뚜기가 역으로 오뚜기를 잡는 것이 아닌지, 참으로 우려스럽다.



-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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