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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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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산업부의 자가당착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8.01 09:58

천근영 에너지국장

천근ㅇ

탈원전에 따른 공론화로 뒤숭숭한 에너지업계에 간만에 눈에 확 띄는 반가운 뉴스가 하나 떴다. 산업부 발로 나온 이 뉴스는 ‘2022년까지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뉴스는 국가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정권 실세와 관료들이 모인 당정협의에서 해당부 장관이 한 보고라 그야말로 순도 100% ‘진짜뉴스’다. 2022년이면 앞뒤 다 잘라도 4년이 넘게 남았다. 이 뉴스대로라면 적어도 4년 동안은 전기요금 인상 걱정은 붙들어 매도 된다니, 이보다 더 좋은 뉴스가 또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정말 이 보고를 믿어도 될까? 그래서 내용을 들여다봤다. 역시 간과한 게 있었다. 전제조건. ‘탈원전으로 인한’이라는 전제가 ‘떡’ 하니 달려 있다. 사실 여기에 방점이 있는데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데에만 시선을 줬다.

새 정부가 탈원전을 들고 나왔을 때, 원자력업계는 물론이고 에너지업계는 ‘탈원전을 해도 이 정부에는 거의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굳이 탈원전 정책의 첫 희생 양을 꼽자면 ‘월성 1호기’ 뿐이기 때문이다. 한 차례 수명 연장 허가를 받은 월성 1호기가 수명을 연장받은 기간이 2022년이라 제일 만만하다. 설혹 몇 년 앞당겨 폐쇄한다 해도 설비용량이 68만kW 밖에 안돼 전력수급에 끼치는 악영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산업부 보고의 핵심은 ‘탈원전 이외에 다른 요인들에 의해서는 전기요금이 인상될 수 있다’는 것으로 유추 가능하다. 다른 요인들은 물론 유가와 석탄(유연탄)가격이다. 유가와 석탄가격이 오르면 전기요금은 무조건 오를 수밖에 없다. 정치가 개입해 억지로 누르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4년 내에 유가와 유연탄가격이 오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유가가 급등해 1배럴당 150달러까리 치솟았던 게 불과 3∼4년 전이니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다.

‘웃픈(웃기면서 슬픈)’ 것은 산업부가 이런 보고를 할 수밖에 없는 작금의 상황이다. 대통령이 선두에서 지휘하고 있는 핵심 에너지정책이 탈원전인데, 탈원전 이후 전기요금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보도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오자 이런 교묘한 자료를 보고 형식을 빌어 배포할 수밖에 없는 현실 말이다.

진짜 웃픈 건 또 있다. 산업부는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드는 환경·사회적 비용을 반영한 전기생산비용인 ‘균등화 발전원가(LCOE)’를 근거로 "사회적 비용 등을 반영하면 원전은 더 이상 값싼 연료가 아닐 수 있다"며 "국내 발전단가에 사회적 비용은 9%만 반영된 것은 잘못된 것이라 우리 여건을 고려한 균등화 발전원가를 산정해 공개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22년 균등화 발전원가가 메가와트시(MWh)당 원전 99달러, 풍력 64달러, 태양광 85달러로 원전이 가장 비싸다"며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도 2025년 균등화 발전원가를 메가와트시당 원전 95파운드, 풍력 61파운드, 태양광 63파운드로 추산했다"고 덧붙였다. 지금 탈원전을 하지 않아도 2022년이 넘으면 원전의 생산단가가 신재생에너지보다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이 때를 대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논리다.

자가당착도 이런 자가당착이 없다. 7년 전인 2009년, 한국이 UAE에 턴키로 원전을 수출했을 때, 산업부는 ‘가장 싸고,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전원이 원자력’이라며 ‘단군이래 최대 사업’이라는 보도자료를 뿌려댔다. ‘가장 싸고,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에 방점을 팍 찍어서 말이다. 이렇게 ‘싸고 경제성이 좋은 전원’ 을 불과 10년도 안돼 ‘사회적 비용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멍에를 씌워 신재생에너지보다 못한 전원으로 낙인 찍었다. 그래 놓고, 작년 말 발전단가는 1kWh당 원전은 68원, 풍력과 태양광은 180원이라는 내용까지 덧붙였다. 도대체 뭘 어쩌자는 것인가. 진정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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