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19일(금)
에너지경제 포토

에너지경제

ekn@ekn.kr

에너지경제기자 기사모음




[EE칼럼] 매력 자본과 국민행복지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7.25 10:53

김세원 가톨릭대학교 융복합전공 교수

▲김세원 카톨릭대학교 융복합전공 교수


필자는 주한 외국인 청년들이 매주 다른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벌이는 ‘비정상회담’이란 TV프로를 즐겨본다. 지난달에는 각국 정치지도자의 외모가 화제에 올랐다. 미국의 한 온라인 매체가 선정한 전 세계 잘생긴 국가원수 순위에 따르면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7위에 올랐다고 한다. 10위 내에 든 지도자 중에서 1위에 오른 캐나다의 저스틴 트뤼도 총리와 5위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10위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정도가 외신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져 있지 않는가 싶다. 

참가자들은 문대통령은 물론, 청와대 인사들도 훈훈한 외모로 화제가 됐다면서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외모 패권주의’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 자신은 물론, 조국 민정수석, 임종석 비서실장,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등 외모가 준수한 인물들이 정부의 요직에 발탁되면서 이들 4명을 ‘청와대 F4(flower4)’라고 부르는가 하면 ‘얼굴 탕평’을 이뤘다는 농담까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증세없는 복지’란 말까지 등장했다. 새 정부의 복지정책 얘기가 아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들이 잘 생겨서 이들을 보면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올라간다는 의미다.  

사실 외모지상주의는 어제 오늘얘기가 아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구직경험자 552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10명중 9명이 ‘외모도 취업 스펙’이며, ‘외모 관리가 취업이나 사회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성공을 목적으로 성형수술을 고려했던 경험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1%가 ‘있다’고 답했다.

캐서린 하킴 런던정경대 교수는 매력을 불러일으키는 멋진 외모를 아예 자본으로 규정했다. 그는 저서 ‘에로틱 캐피털(Erotic Capital)’에서 돈이나 땅과 같은 ‘경제적 자본’, 문화예술 소양을 가리키는 ‘문화적 자본’, 인맥인 ‘사회적 자본’에 이어 ‘매력 자본’을 제 4의 자본으로 설정했다. 매력 자본은 개인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자본이지만, 그동안 학계가 무시함으로써 역설적으로 매력 자본의 공급을 줄여 가치가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매력 자본은 아름다운 외모, 성적 매력, 사교술, 활력, 사회적 표현력, 성적 능력 등 6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다.  

매력 자본은 현대의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조용한 권력이자 언제든지 경제적 자본과 교환이 가능하다. 옛날부터 연예계와 프로스포츠계에서는 매력 자본이 사회적 자본이나 문화 자본을 압도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요즘에는 비즈니스와 정치까지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을 보더라도 그가 가진 매력 자본을 빼놓고는 재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하기 힘들다. 

각종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외모가 매력적인 사람들이 취직할 확률은 보통 사람보다 10% 정도 높고 소득도 일반인들보다 15% 정도 높다고 한다. 하킴교수에 따르면 3000명의 관리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3%가 옷차림 때문에 직원을 승진이나 연봉 인상 대상자에서 제외했으며 20%는 이런 이유 때문에 직원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양복 자켓을 벗은 대통령이 참모진과 청와대를 산책하며 테이크아웃 커피를 나누고, 직원식당에서 직원들과 같이 먹고, 시민들과 셀프 카메라를 찍는 모습을 보며 국민들은 감동한다. 전임 대통령이 권위를 내세우고 참모들과 거리두기는 물론,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해왔기에 스마트하면서도 탈권위적인 대통령의 이미지가 더욱 돋보이는 지도 모른다.  

정치지도자의 외모가 선거 때 득표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집권 후에도 그의 매력 자본이 계속 작동할지는 그의 진정성과 능력에 달려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멋지게 포장한 이미지가 빛을 바래 그들만의 잔치를 위한 국정수행이었고 조삼모사식 정책이었음이 드러난다면 열광적 지지는 순식간에 실망과 분노로 바뀔 수 있다. 납세자의 한 사람으로서 새 정부가 대통령과 참모진의 멋진 외모만큼 멋지게 국정을 수행해 ‘증세없는 복지’가 임기내 이어지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이미 반대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그게 문제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