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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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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경제성 놓고 의견 '분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7.17 12:11

英이코노미스트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필수적이지만, 고통 수반"

▲건설이 중단된 신고리5,6호기 공사현장 모습. (사진=연합)


고리1호기 영구정지를 기점으로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으로 에너지 정책을 확립하면서 관련 논의가 활발하다. 당장 전기요금 인상, 재생에너지 확대, 전력 수급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이다. 대체로 정책의 방향성은 맞지만 보다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전세계로 눈을 돌려봐도 재생에너지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뉴욕타임스나 환경단체 등 기후변화에 전위적으로 접근하는 쪽에서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지구의 상황은 훨씬 나쁘다"고 강조한다. 뉴욕의 기온은 바레인보다도 높고, 질병과 가뭄 등으로 인해 입게 되는 경제적 피해도 수조원대로 극심하다는 것이다. 

▲2015년 기준 최종 에너지 소비 중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 화석연료, 원자력. 재생에너지-전통 바이오매스, 지열/태양열, 수력, 태양광/풍력, 바이오연료

영국 유력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종말론적 예측에 직면한 상황에서 100%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재빠르게 고통없이 이뤄지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며 "언뜻 보면,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우울할 정도로 명백하다"고 전했다. 

태양광 풍력은 빠르게 하락하는 발전비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세계 전력생산의 5.5%만을 차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에너지원은 수력발전인데, 이 역시 녹록치 않다. 수력 발전 비용은 상승하고 있고, 총투자금액은 감소하고 있다. 

난방·운송·산업 등 에너지 수요를 보다 광범위한 차원에서 살필 경우, 갈길은 더욱 멀다. 태양광 풍력의 점유율은 1.6%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토대로 추산할 때 가까운 미래에 에너지 믹스에서 화석연료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에너지로의 전환은 필연적으로 수십년 이상의 시간과 고통이 수반되는 일이다. 작금의 상황으로 다가오는 미래를 부정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변화율을 보여주는 척도인 투자의 흐름 역시 재생에너지에 대한 낙관론에 설득력을 더한다. 지난 10년 간 태양광 패널과 풍력 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급격히 늘었다. 

▲2006∼2016년 전세계 풍력 발전 용량 성장 추이. 연간 추가된 발전량, 전년도 발전용량. (단위=기가와트, 표=REN21)


11일(현지시간) 발표된 세계에너지국(IEA)에 따르면, 지난해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액은 소폭 감소했으나 석탄과 천연가스 등 기타 화석연료의 발전용량을 사상 첫 돌파했다. 

IEA는 중동, 남미 등 일조량이 많은 일부 지역에서는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가 석탄과 가스의 발전단가보다 저렴하다고 덧붙였다. 덴마크와 스코틀랜드 등 북유럽에서는 전력공급을 전량 풍력에 의존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화석연료 발전단가와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에 이미 도달했거나 재생에너지 비율을 100% 달성한 지역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더 이상 엄청나게 특이한 사례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재생에너지의 성장가도를 발판으로 각국 정부의 야심은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캘리포니아 상원은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3분의 1 달성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2030년까지 60%로 목표치를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독일 정부는 2050년까지 에너지 믹스 중 8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국가의 전력을 100% 풍력, 수력, 태양광으로만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부분은 여전히 격렬한 논쟁거리다. 

지난 2015년 재생에너지 전문가인 마크 제이콥슨 스탠포드 대학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2050년에서 2055년 사이 풍력, 수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미국 내 전력수요의 100% 공급 가능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향후 40년 안에 재생에너지의 가변성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가정 아래서다. 

천연가스·바이오연료·원자력 발전·정지 배터리 등 사용을 중단하더라도, 기후 모델링·에너지저장장치·유연한 수요 등에 힘입어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제이콥슨 교수는 전망했다. 

그는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 원자력, 탄소 포획과 저장, 바이오연료 등을 모두 제외하고도 전력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2020년까지 석탄과 원자력, 천연가스, 바이오매스 화력 발전소 건설은 더 이상 이뤄지지 않고 모든 신규 발전소가 풍력, 수자원, 태양광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의 급성장이 화석연료와 원자력 에너지 공급 하락에 의한 공백을 메우는데 도움이 된다고 제이콥슨 교수는 강조했다. 수요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효율 향상으로 인해 전반적인 에너지 공급량 또한 줄어들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상반되는 의견도 나온다. 바이브런트클린에너지의 설립자 크리스토퍼 클랙은 지난달 국립과학원 회보에서 제이콥슨 교수의 연구보고서에 대해 날카로운 비평을 쏟아냈다. 

풍력과 수력, 태양광 등 지나치게 작은 부문에 주력하는 것이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방식을 더 어렵게 하고 비용도 필요이상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클랙은 지적했다. 이미 존재하는 원자력과 바이오에너지 등 탄소제로 기술을 무시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그는 "수력 발전이 몇 시간동안 지속적으로 전력을 공급해 현재 전력수요를 맞출 수 있다고 본 제이콥슨 교수의 연구는 잘못된 가정에서 도출됐다"고 평가하면서 "아직 개발되지 않은 수력 동력 비행기가 현재의 항공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본 점도 논리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클랙은 현재 미국 내 송전망을 고전압 송전원으로 개선한다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전력망의 80%를 탈탄소화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결론을 맺었다. 

더 광범위한 시각에서 전망한 연구도 있다. 콜로라도 주에 본사를 둔 록키마운틴연구소 아모리 로빈스 연구원은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에 대한 논쟁을 부차적인 문제로 간주한다. 

우선 로빈스 연구원은 전력공급 중 절반을 재생에너지를 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달성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이 같은 발전 속도에 힘입어 재생에너지의 점유율이 80%까지 손쉽게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전부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탄소배출량을 극적으로 감축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 비중을 늘리는 것과 동시에, 건물과 공장의 디자인을 개선하고 경량 소재를 사용해 에너지 효율성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2016년 선진국(노랑)과 신흥국(주황)에서의 재생에너지에 대한 신규 투자. 태양광, 풍력, 바이오전력, 소규모 수력 발전, 바이오연료, 지열, 해양에너지. (단위=10억 달러, 표=BNEF)

일부 회의론자들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이뤄질 경우 경제적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우려한다. 

케임브릿지 대학의 마이클 켈리 교수는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의 에너지 투자수익률(EROI)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EROI는 화석연료보다 낮다"면서 "재생에너지를 주 발전원으로 사용할 경우, 다른 유형의 경제활동에 공급할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켈리 교수가 연구를 시작한 이래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하락했고, 수익률은 상승해왔다는 지적이다. 각종 규제로 인해 화석연료 에너지로부터 얻는 수익률은 떨어지고 있고, 대기오염과 기후변화 비용을 고려할 경우 수익률은 더 낮아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믹스에서 재생에너지 점유율이 높아질 경우, 20세기 화석연료로 동력을 운영할 때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기후변화의 위험성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전력공급의 불안정성과 높은 발전 비용 등 걸림돌이 많은 만큼, 점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에너지 투자수익률(EROI·energy return on investment)이란? 재무이론에서 사용하는 투자수익률과 유사한 개념으로, 에너지 생산량을 투입 비용으로 나눈  것이다. 

에너지의 투입산출 관계에서 바라볼 때, 에너지투자수익률이 1이면 ‘들인’ 에너지와 ‘얻는’ 에너지가 같아져 순에너지(이익)가 0이다. 

한편, 1보다 작다면 ‘들인’ 에너지가 ‘얻는’ 에너지보다 크다는 의미가 된다. 이 경우 해당 에너지원은 ‘에너지 공급원’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하고, 에너지를 버리게 만드는 ‘에너지 하수원’으로 전락한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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