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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재생에너지 20% 달성 위한 ‘공론화’, 정확한 수치 놓고 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7.13 17:15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십수 년전 모 스프회사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되었다. 소고기가 2%밖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듬뿍 들었다’고 광고를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신정부의 에너지정책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20%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으며 그것은 민주사회에서 정상이다. 그런데 수치는 없고 의견만 있다면 성숙한 사회는 아니다.

비용이 얼마나 들어갈지 추산도 되지 않았는데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은 일시 중단시켜놓고 3개월 이내에 공론화를 추진한다는 것이 국민들이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재생에너지 발전을 2030년까지 20%로 충당하는 것에 대해 에너지기술연구원은 166조5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 계산에서 태양광을 45.3%, 육상 풍력발전을 3.7%, 그리고 나머지 51%를 해상 풍력발전으로 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가 2017년 3월에 발표한 자료를 인용하여 2030년도 전력수요를 663TWh(테라와트시)로 보고 필요한 설비용량을 65GW로 산출했다. 그런데 설비용량계산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 태양광 발전의 설비이용율이 15% 그리고 풍력발전의 설비이용율이 22%임을 감안하면 80GW 정도가 돼야 하는 것이다. 아마도 외국의 설비이용율을 인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이와 달리 지불해야 하는 전력가격의 차원에서 분석을 수행했다. 이 분석에는 원자력과 석탄발전이 감소하고 재생에너지가 증가하는 것을 모두 고려했다. 문제는 이 계산에서 발전원가(원가)가 아니라 정산단가(시장가)를 사용하는 오류를 범했다. 더욱 큰 문제는 재생에너지와 신에너지를 구분하지 않았다. 신에너지는 수소, 연료전지, 석탄액화가스이고 재생에너지는 태양, 풍력, 수력 등이다. 그 결과 태양광 발전단가가 300∼400원/kWh 그리고 육상풍력의 2배가 되는 250원/kWh의 해상풍력발전의 단가가 적용된 것이 아니라 186.7원/kWh을 적용함으로써 단가를 과소예측하게 됐다.

다만 정성적 분석을 통해 LNG의존에 따른 수급 불안정, 간헐성 전원이 비중이 높아짐에 따른 전력망의 불안정성, LNG 가스발전과 태양광 발전의 증가로 인한 오존파괴물질 증가를 예측했고 특정전원에 대한 폐쇄를 목적으로 에너지정책을 수립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를 조화해야 함을 권고했다.

산업부와 한전은 가구당 31만4000원의 전기요금 상승을 제시했다. 발전전원별 발전량이 원전은 30.3%에서 18.4%로 그리고 신재생에너지는 4%에서 20%로 바뀐다고 보고 계산한 결과, 한전에서 구입하는 전력구입비용은 52조7367억원으로 지난해 41조7234억원 보다 26.4% 늘어나고 한전이 신재생에너지사업자에 정산해주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정산비용이 1조1181억원에서 20조1065억원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분석이 석유가가 배럴당 41.4 달러라고 보고 계산한 것이기 때문에 유가가 오르면 차이는 더욱 늘어난다는 것이다.

필자의 계산은 이렇다. 2016년도 우리나라 발전량이 530TWh이므로 2030년까지 연 2%의 증가를 감안하면 2030년에는 700 TWh가 되고 이 가운데 20%인 140 TWh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 태양광, 육상 및 해상풍력의 비율을 에너지경제연구원과 같이 보고 태양광의 설비이용율 15%와 풍력이 설비 이용율 22%를 넣어서 계산해보니 87.7 GW의 설비용량이 필요하다. 에너지기술연구원과 같이 태양광, 육상 및 해상풍력의 설치단가를 각각 2035, 2618, 2577 USD/kW로 계산하면 약 360조원이 추산된다. 여기에 햇볕과 바람이 없을 때 전력을 LNG 발전으로 공급한다고 보면 14조원이 더 들어간다.

원전으로 140 TWh를 공급하는 데에는 38조원이 들어간다. ‘원자력발전으로 하면 38조원이 들어갈 것을 374조원을 들여서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국민이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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