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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그 이후엔 어떤일이?-③]원자력 기술 약화, 경쟁력↓

전지성 기자jjs@ekn.kr 2017.07.12 14:22:26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있는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의료용과 산업용 여러 가지 방사성동위원소를 만들어낸다. 지금은 보강공사 후 검증 절차로 가동이 정지돼 있다. (사진=원자력연구원 제공)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분야 공약 중 핵심은 ‘脫원전’이다. 정책으로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고리 1호기 영구정지 등 몇 차례 공적인 자리에서 탈원전 방침을 재확인했다. 더 이상 원전을 짓지 않고,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은 폐지한다는 것이다. 새로 원전을 짓지 않으면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를 제외하곤 수십 년 내에 원전은 모두 사라진다.

본지는 우리나라에서 脫원전 정책 확정 이후 에너지와 전원정책 그리고 사회 전반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어떤 영향이 있을지 5회에 걸쳐 연재한다. 물론 예측이다. 올해부터 시작해 60여 년 동안 원전이 한 두기씩 서서히 사라지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전망이다.


③ 탈원전으로 연구용 원자로 기술 약화되면 ‘산업·의료까지 악영향’

탈원전 불통이 원자력 관련 연구사업에도 옮겨 붙었다. 원자력학계는 "원자력발전과 원자력 연구를 구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원으로서의 원전은 지진 사고 등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최대 약점이지만, 의료 소재 등 비전원 분야에서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엑스레이와 방사성동위원소 같은 연구용 원자로의 중성자 활용 연구 결과물은 의료, 소재, 정유화학, 신재생에너지 분야까지 폭 넓게 활용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 연구용 원자로, 산업의 핵심

▲우주탐사선의 전력원으로 사용되는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기 발전기


연구용 원자로는 핵분열로 생긴 중성자로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수행하는 원자로다. 소재 특성 파악, 리튬전지 및 수소자동차용 배터리 개발까지 활용도가 다양하다.

석유화학과 조선 등 우리나라 주력산업에도 방사선은 필수요소다. 정유ㆍ석유화학 설비에선 반응이나 이동 중인 유체 내부의 상태, 복잡한 배관의 누설 여부 등을 방사성동위원소를 넣어 확인한다. 대형 유조선을 만드는 조선업도 방사선을 활용한 비파괴검사가 필수다. 병원의 X-RAY검사처럼 구조물에 방사선을 쪼인 다음 반대편 필름에 찍히는 사진을 통해 제작해놓은 구조물을 파괴하지 않고 내부를 자세히 점검한다. 이 같은 거대 장치 산업은 규모가 크고 고온고압 환경이 많아 작은 결함을 확인하려면 방사성동위원소가 필수다. 작은 결함 하나만 발생해도 하루에 수 십 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기술력의 중요성은 수없이 강조해도 모자라다.

우주개발 또한 원자력전지가 있어 가능했다. 원자력전지는 방사성동위원소가 내는 열이나 방사선을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원리다. 우주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10년 이상 작동한다. 미국은 아폴로 1호를 비롯해 파이어니어, 뉴호라이즌스 등 26개의 우주탐사선에 원자력전지를 넣어 우주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우주탐사선의 전력원으로 사용되는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기 발전기



방사성동위원소는 환경과 신재생에너지분야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대형 하수처리 시설에서도 유동성이 낮아 분해가 잘 안 되는 위치를 정확히 찾아낸다. 신재생에너지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수급 안전성 문제에도 중성자 연구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산업영역에 있어서 전기의 질을 결정하는 전압의 변화, 정전 빈도수 그리고 전기의 안정성 등을 고려할 때 신재생에너지는 여전히 한계가 있어 용도가 가정용으로 제한적이다.

원자력학과 교수들은 "원자력 원천기술 확보는 의료와 산업 분야에 반드시 필요하다"며 "원자력발전과 별개로 비(非)발전 부문의 응용기술 활용과 개발에는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정책적 조율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익환 전 한전원자력연료 사장은 "한국의 원전산업은 세계에서 명성을 날리며 최상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국내는 물론 해외 수출산업으로 육성돼야 할 미래 산업"이라며 "원전기술 자립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 과학기술자들의 국가 공헌도는 뒤로 하더라도 탈원전정책은 산업과 의료 등 현재와 미래에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그는 "스웨덴이나 독일은 탈핵을 결정하는 데 적어도 20여 년이 걸렸다. 중차대한 것인 만큼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이라며 "국가 전력의 30% 이상을 값싸고 안정적으로 공급해 국가 산업발전에 기여해 온 원전의 역할을 아무런 절차 없이 폐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 의료·환경·신재생에너지에도 기여

▲각종 암 치료용 의약품에 쓰이는 방사성동위원소들. 원자로의 핵분열반응을 이용해 생산된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방사선 암 치료기 동위원소 의약품 생산 등 세계적 수준인 우리나라의 의료산업 경쟁력에도 원자력기술의 공헌이 크다. 연구용 원자로는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에 필수적이다.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려면 원전에서 전기를 만들어낼 때 일으키는 것과 같은 핵분열반응이 필요하다. 원자력을 활용한 방사선 기술이 없으면 당장 암 진단과 치료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갑상샘질환, 신장질환, 암의 뼈 전이 등을 확인하는 핵의학검사에 꼭 필요한 방사성동위원소인 몰리브덴도 원자로에서 나온다. 우리나라는 몰리브덴을 전량 수입한다. 캐나다와 네덜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3개국이 몰리브덴 세계 수요의 약 99%를 공급한다. 그러나 이들 원자로 대다수가 오래돼 정비나 중지가 잦다. 언제든지 수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2008년 네덜란드와 캐나다 원자로가 중지된 탓에 국내 주요 병원에서 핵의학 검사가 줄줄이 연기되거나 중단된 적이 있다.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도 부산 기장군에 신형 연구로를 짓기로 했지만, 착공이 1년 이상 미뤄지고 있다. 현재 상황으론 앞으로도 오리무중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산하 정읍 첨단방사선연구소에 설치된 중형 사이클로트론인 ‘아르에프티(RFT)-30’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지름 2.7m, 무게 50t의 이 나선형가속기는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와 고속 중성자를 생산해 관련 분야 연구에 큰 진전을 줄 것으로 기대되 고 있다. (사진=첨단방사선연구소 제공)


조규성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는 대부분 대체 기술이 없어 원자로가 없으면 결국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주호 한국원자력학회장도 "원자력 발전을 통해 연구개발 기금을 만들고 있고 그 기금이 비발전 분야에 투자되고 있다"며 "원자력기술은 발전과 비발전 분야가 다 연결이 돼 있기 때문에 탈원전 기조로 발전산업이 죽으면 연구개발 분야의 경쟁력도 약화도 불가피하다"고 했다.


◇ 탈원전 드라이브 "원자력 인재유출" 가능성 커져

12일 영국 정부가 추진 중인 21조원 규모의 원전 건설 사업에 한국형 차세대 원전 모델(APR-1400)이 유력 모델의 하나로 선정됐다. 여기서 수주가 확정되면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두번째로 원전을 수출하게 된다. 가능성은 있지만, 확정되기까지는 난제가 많다. 일단 입찰의향서를 제출해야 하고, 중국과의 노형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여야 한다. 


원자력계는 국내에서 원전을 짓지 않으면 향후 수출 명분이 약해지고 원전 운용마저 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기술 경쟁력도 약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황주호 원자력학회장은 "원자력계에서는 ‘3000명만 모아서 영국으로 이민가자’는 농담도 나오고 있다"며 "지금 아랍에미리트에도 인력을 1000명 이상 보내야 하고, 영국에도 한국형 원자력 기술을 전수하려면 수많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원전은 고급 기술이라 수익도 높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며 "우리나라가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수출까지 하고 있는 상업용 원전을 포기한다면 인력유출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국내의 우수한 원전 기술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원전 개발로 석유 이후 에너지 대책 해결에 나서는 중동과 원전 수출에 나서는 중국 등이 한국의 ‘원전 인재’를 노리고 있다.

탈원전 정책이 가시화 되면 현재 원자력 관련 인재들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향후 진학을 희망 하는 학생이 줄어들고 결국 학문 경쟁력도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큰 상황이다. 지난해 원자력 관련학과 졸업자는 약 600명이었지만 당장 내년 입학정원을 채울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원자력학회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에서 이렇게 찬물을 끼얹는데 원자력학과에 학생들이 지원을 하겠느냐?"며 "2010년 초반까지만 해도 전국 원자력학과의 정원이 200명 수준이었다가 작년에야 600명으로 늘었는데 다시 줄어들어들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또 "원전의 안전이나 사용후핵연료 관리, 원전 해체기술 등 모두 인재가 있어야 가능한 일 아닌가"라며 "지금원전력업계 관계자들을 마피아로 몰아가는 상황에서 인재육성이 잘 될지 의문이다"고 덧붙했다. 

성풍현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60년대 초반 미국이 태국, 필리핀, 한국에 연구용 원자로를 지어줬다. 그 중 우리나라만 원자력 산업을 잘 키우면서 비발전 분야의 기술력도 크게 향상됐다. 태국과 필리핀은 원자력산업을 키우지 못하면서 비발전분야 기술력도 여전히 60년대 수준에 멈춰있다"며 "4차산업 혁명 시대를 맞아 AI(인공지능)·전기차 등 보급이 확대되면 전기수요가 커질 텐데 탈원전 정책추진으로 전력을 비롯한 기술경쟁력 약화와 인력유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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