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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그 이후엔 어떤일이?-②] '국방·안보 악영향 불가피'

전지성 기자jjs@ekn.kr 2017.07.05 11:06:20

 

▲신고리5,6호기 건설이 중단된 울산 울주군 서생면 공사 현장은 적막한 분위기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분야 공약 중 핵심은 ‘脫원전’이다. 정책으로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고리 1호기 영구정지 등 몇 차례 공적인 자리에서 탈원전 방침을 재확인했다. 더 이상 원전을 짓지 않고,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은 폐지한다는 것이다. 새로 원전을 짓지 않으면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를 제외하곤 수십 년 내에 원전은 모두 사라진다.

본지는 우리나라에서 脫원전 정책 확정 이후 에너지와 전원정책 그리고 사회 전반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어떤 영향이 있을지 5회에 걸쳐 연재한다. 물론 예측이다. 올해부터 시작해 60여 년 동안 원전이 한 두기씩 서서히 사라지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전망이다.


② 탈원전으로 기술 와해되면 '국방·안보까지 악영향 불가피'

▲장맛비와 안개로 덮인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3,4호기. (사진=연합)


원전을 둘러싼 두 가지 큰 쟁점은 안전성과 경제성이다. 이에 못지않게 고려해야 할 게 국방과 안보다. 우리나라에 원전도입이 논의된 시점은 세계 2차 대전과 한국전쟁이 막을 내린 직후 냉전시기로 접어든 때였다. 따라서 당시 원전은 전력공급원으로서의 역할 만큼 국방과 안보 차원에서 결코 좌시할 수 없는 가치를 갖고 있었다. 당연히 정부는 원전을 전력공급원과 핵 ‘투트랙 전략’으로 추진했다.


◇ 원전, 전력공급원과 핵자원 ‘투트랙’

한국 원자력의 역사는 1958년 미국 디트로이트 에디슨사(社)의 회장 워커 리 시슬러 박사의 방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슬러 박사는 2차 대전 후 유럽의 전력망 복구에 기여한 인물이다. 6·25전쟁 이후 전력 부족으로 고심하던 이승만 대통령에게 시슬러 박사는 "석탄은 땅에서 캐는 에너지이지만, 원자력은 사람의 머리에서 캐내는 에너지다. 자원이 전무한 한국은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또한 이승만 대통령은 원자폭탄 두 방에 일제가 미국에 항복하는 것을 지켜보며 "향후 국방·안보적 차원에서도 원자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 대통령은 1959년 원자력연구소를 설립하고 273명의 학생을 미국과 유럽으로 보냈다. 한 명당 유학비로 6000달러 이상이 들었다. 당시 1인당 GDP가 70달러였던 것을 고려하면 국가적으로 사활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1971년 박정희 대통령이 고리 원자력 발전소 기공식 행사에서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국가기록원


그 후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하며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2∼66)과 맞물려 1962년 연구용 원자로를 건립하며 본격적으로 원전 기술을 키워나갔다.

당시 국가 산업 개발과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 전력공급이 필수적이었다. 고리 1호기의 설립과 준공, 가동이 이뤄진 박정희 정권 18년 동안 중화학 공업, 수출용 기자재 조달, 농촌 기계화 등으로 전력수요는 연평균 15% 증가했다. 경제 성장률은 연평균 9.2%로 국내 총생산(GDP)은 1962년 82달러에서 1979년 1747달러로 21.3배 성장했다.


◇ 박정희 대통령, 핵 개발 내세워 원전 도입 시 미국에 차관 요구해 관철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원자 핵 개발 노력은 고리 1호기 도입이 추진되던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정부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실시한 이래 핵확산 금지에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미국 정부는 1975년 ‘한국의 프랑스 핵연료 처리계획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란 공문으로 제재를 가했다. 미국은 한국이 당장 핵개발을 취소하지 않으면 약 2억달러 상당의 고리 2호기 건설 차관을 중단할 뿐 아니라 기타 경제개발 사업도 재검토하겠다는 것이었다. 원전 연료로 사용되는 우라늄은 전량 수입하고 있으며 통제되고 있다. 따라서 수입되는 우라늄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북한의 경우처럼 사용 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이라는 핵폭탄의 원료를 추출할 수가 있기 때문에 몰래 숨겨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우리나라는 사용 후 핵연료의 상업용 목적으로 재처리를 위해 미국과 교섭해 왔으나 핵폭탄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됐다. 따라서 경수로 방식으로 건설된 고리와 달리 월성의 원전을 중수로로 택한 이유 중의 하나가 천연우라늄을 사용하므로 원료면에서 천연우라늄 획득이 쉬울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다.

다만 박정희 대통령은 전원으로서의 원전에 무게를 뒀다. 이로써 프랑스와의 재처리 기술은 1975년 하반기부터 공백상태에 들어갔으며 1976년 1월 23일 정식으로 계약 파기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에도 "한국, 핵개발을 포기하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후 어느 정권도 핵개발을 시도한 적이 없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사용 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해 핵폭탄을 만들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플루토늄을 추출하지 않고 있다. 몇 년 전, 원자력연구원에서 실험용으로 소량의 플루토늄을 추출했다가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받은 적은 있다.

이처럼 미국의 반대로 핵개발은 실현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 기술은 첫 번째 상업용 원자로인 고리 1호기 가동(1978),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2009)에 이르기까지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지금은 전 세계적 5위권으로 명실상부한 원자력 강국이 됐다. 2차 대전 후 신생독립국 중 원자력 기술 자립은 물론 해외수출까지 달성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 대만, 핵으로 중국 압박...北, 핵 개발 이어 핵탄두를 미 본토까지 보낼 수 있는 ICBM 완성 

국내에서 탈원전 기조가 거센 가운데 사용 후 핵연료 처리문제로 원전 중단을 확정했던 대만이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방침을 내놓은 후 원전을 재가동하고 있다. 이 배경에는 미국, 중국, 북한이 있다.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용인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와 함께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이에 맞서 대만 지원정책과 한반도 사드배치를 추진 중이다. 대만국민들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필요할 경우 핵미사일을 개발할 수도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여기에 북한은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 미국은 한국과 미국, 일본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라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발사 성공과 관련된 특별중대보도를 한 4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보도 내용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북한이 예전에도 위성을 발사한 적이 있는데 당시 전문가들은 위성 발사가 사실상 장거리미사일 기술 시험이라고 비판했다"면서 "그러나 ICBM 시험 발사는 미국 본토 어디든 도달할 수 있는 핵 탑재 미사일 개발에 중대한 진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미사일 발사는 미국과 역내 주요 동맹인 한국과 일본에 보내는 정치적 경고 메시지"라면서 "이는 동시에 북한의 과학자들에게는 아직 완전하지 않은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성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이 1970년대 탄도미사일 개발을 시작으로 핵 개발에 이어 핵탄두를 실어 미 본토까지 날려 보낼 수 있는 ICBM 개발 완성에 바싹 다가선 것이다.


◇ 탈원전’ 드라이브에 한국 원자력과 핵개발 기술은 '존폐 위기'

▲장맛비와 안개가 덮인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5,6호기 공사 현장 주변에 5,6호기 원전 건설 중단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


이처럼 현재 동아시아 정세는 핵무장 경쟁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지지부진한 사드배치, 탈원전 정책을 추진 중인 한국으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자문위원,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 등을 역임한 박창규 포항공대 원자력공학과 대우교수는 ‘원자력·국방 그리고 기타’라는 저서에서 "우리는 북한의 비대칭 전력과 이를 이용한 비대칭 전략에 대해 대개의 경우 사후 약방문식의 접근방식을 취해 왔으며 어느 하나 확실한 대응책을 마련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국가 안보는 최악을 가정해서 대비해야 한다. 최근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하며 도발하고 있는데 우리도 이에 상응하는 것들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핵무장은 아니더라도 핵추진 잠수함이나 항공모함 정도는 보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탈원전’ 드라이브에 한국 원자력과 핵개발 기술은 존폐 위기에 몰려 있다. 60년 간 축적한 모든 기술과 노하우가 사라질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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