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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그 이후엔 어떤일이?-①] 에너지정책, 뿌리부터 ‘흔들’

전지성 기자jjs@ekn.kr 2017.06.28 13:41:11

 

▲40년만에 영구정지에 들어간 고리1호기.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분야 공약 중 핵심은 ‘脫원전’이다. 정책으로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고리 1호기 영구정지 등 몇 차례 공적인 자리에서 탈원전 방침을 재확인했다. 더 이상 원전을 짓지 않고,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은 폐지한다는 것이다. 새로 원전을 짓지 않으면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를 제외하곤 수십 년 내에 원전은 모두 사라진다.

본지는 우리나라에서 脫원전 정책 확정 이후 에너지와 전원정책 그리고 사회 전반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어떤 영향이 있을지 5회에 걸쳐 연재한다. 물론 예측이다. 올해부터 시작해 60여 년 동안 원전이 한 두기씩 서서히 사라지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전망이다.

① 에너지·전력정책, 뿌리부터 ‘흔들’

◇ 원전 대체전원, 가스 신재생 확대...8차 전력계획 대혼란 예고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총 24기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2023년부터 매년 1~2기씩 원전이 없어지고 2030년대 중반이면 신고리 5·6호기만 남게 된다. 당장 ▲2020년 월성 1호기 ▲2023년 고리 2호기 ▲2024년 고리 3호기 ▲2025년 고리 4호기·한빛 1호기 ▲2026년 월성 2호기·한빛 2호기 ▲2027년 한울 1호기·월성 3호기 ▲2028년 한울 2호기 ▲2029년 월성 4호기가 연달아 폐쇄된다. 영구정지로 사라지는 원전의 총 설비용량은 9429㎿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계획한 2029년 설비용량 13만6097㎿의 약 7% 정도가 사라지는 것이다.

정부는 이 공백을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스발전소는 높은 연료비와 입지가 걸림돌이다. 정세에 따라 가격이 들쭉날쭉 가변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입지도 문제다. 가스발전소 1기의 설비용량은 200MW 정도로 원전 1기의 15~20%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짓고 있는 원전은 1400MW급이다. 또한 가스발전의 연료인 LNG는 원전의 연료인 우라늄과 달리 가격이 불안정하다는 태생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물론 LNG 발전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민간발전회사 한 고위 관계자는 "LNG 발전비용이 높은 것은 높은 세금 비중 때문"이라며 "세금 비중이 낮아지고 직수입 규제가 완화되면 발전비용이 줄어들어 전기요금 인하도 가능하다"며 "직수입 물량의 해외 판매를 통해 수출 증대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했다. 낙관론에 근거한 예상이다.

에너지업계는 당장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부터 대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원전과 화력발전 대신 가스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또 발전회사에 할당한 신재생에너지의무비율부터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정부는 발전설비 500MW 이상인 발전회사에 신재생에너지의무량(현재 2.6%)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수치로 조정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그것을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발전소로 보여주는 것은 결코 간단치 않다. 


◇ 가스 가격 불안정성·신재생에너지 입지난으로 갈등 불가피


무엇보다 원자력을 비롯한 에너지업계에서는 대체에너지 발전소의 입지 등에 대한 갈등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문제다. 현재 주력 노형인 1400㎿ 원전 1기를 태양광 발전으로 대체하려면 서울 면적의 약 4분 1에 태양광 패널을 깔아야 한다.

풍력은 3㎿급 500기가 필요하며 설치면적은 서울 면적의 1.4배에 달한다. 게다가 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육상풍력 발전실비용량은 현재 1000MW 정도 설치됐으며 3000MW가 최대치다.

풍력발전협회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지형 상 영토도 넓지 않은 데다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 제한적이라 풍력발전 확대가 어렵다. 가장 적합한 부지라고 평가받는 백두대간 지역은 ‘민족의 맥’이라는 국민정서상의 문제로 인한 풍력발전기 설치 반대 민원, 복잡한 각종 인허가 절차로 인해 설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태양광 EPC기업인 독일 벨렉트릭이 영국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소. (사진=벨렉트릭)

▲대관령 인근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 전원 불안정으로 '예비율 급감' 우려도 항존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당장 5년 뒤인 2022년 전력예비율이 10%대로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력 설비예비율이 15% 이하로 떨어지는 2024~2025년 이후가 문제다.

원전 수명연장 및 신규건설 중단,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실행할 경우 2029년까지 설비용량 감소량은 2만3914㎿로 확인됐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2029년 목표 설비용량인 13만6097㎿의 17.6%가 사라지는 것이다.

현재 피크기여도는 유연탄 31.8%, 원전 28.2%, LNG 24.8% 순이다. 신재생에너지는 4.6%에 불과하다. 피크 기여도란 전력사용이 가장 많은 시간에 차지하는 발전 비중을 뜻한다.

기존 7차 전력수급계획대로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2029년 3만 2890MW(20.1%)로 늘어난다고 해도 피크 기여도는 2.1%에서 4.6%에 불과하다. 신재생에너지는 바람, 태양 등의 조건이 맞지 않을 경우 원하는 시간에 발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저장시스템 등 같은 용량의 보조설비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전기가 부족한 상황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들이 많다. 스마트폰, PC, TV, 전기차 등 전기 사용이 마치 공기처럼 익숙하다. 또한 자동차를 비롯한 중장비 등 각종 내연기관을 쓰는 기계장비의 전기대체는 전기수요를 낙관하기 어렵게 만든다.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갈수록 폭염과 혹한이 잦아져 전력 사용 증가로 피크타임에 정전이 잦아질 수 있다"며 "신재생에너지의 현실적 보급 속도를 고려하면서 탈원전·탈석탄 정책에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전기요금 물가 줄줄이 인상 ‘불 보듯’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이 산업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탈원전 정책을 시행했다가 다시 늦추거나 재가동키로 한 독일과 일본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5년 새 각각 21%, 19% 올랐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7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계획 상 최종년도인 2029년 정격용량 기준 에너지원 별 비중은 원전 23.4%, 유연탄 26.4%, LNG 20.6%, 신재생 20.1% 순이다.

▲자료=7차전력수급기본계획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이를 토대로 문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해당 비중은 각각 12.9%, 17.0%, 56.4%. 9.4%로 바뀐다고 분석했다. 설비용량은 원자력이 23.1GW에서 12.7GW, 석탄은 32.0GW에서 16.7GW로 줄어드는 반면, 가스는 31.5GW에서 55.3GW, 신재생에너지는 2.5GW에서 9.2GW로 각각 확대된다.

여기에 지난해 기준 연료원별 정산단가는 kWh당 원자력 67.9원, 석탄 73.9원, 가스 99.4원, 신재생에너지 186.7원을 적용하면 총 발전비용은 원전과 석탄화력 감소 및 LNG와 신재생 증가로 약 21%(11조6000억원)오르게 된다. 이것은 단순히 연료별 정산단가에 근거한 것이라 최소치다.

한 원전 전문가는"발전소 건설 등 건설비용과 운영비용까지 포함하면 이 예측은 말도 안 되는 수치"라고 일축하고 있다.

발전 비용상승은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기는 제품 원료생산, 가공, 운반 및 유통, 판매 등에 모두 사용된다. 예를 들어 밀가루 가격이 오르면 라면공장에서는 밀가루 가격상승분만 원가에 반영하면 되지만 전기료가 오르면 운송/저장, 제조공장, 판매점 등의 모든 부문에서 원가가 올라간다. 즉 전반적인 물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전기요금도 인상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탈원전 정책을 펴도 2020년 초반까지는 전력수급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제는 원전을 대신할 발전소를 짓고, 계획하는 과정이 결코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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