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20일(토)
에너지경제 포토

한상희 기자

hsh@ekn.kr

한상희 기자기자 기사모음




사우디 '왕좌의 게임' 승자는 31세 ‘MBS’…아람코 IPO 성공할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6.22 10:13

▲왕위계승 서열 1위로 등극한 모하마드 빈살만(31)사우디 아라비아 왕자. (사진=AF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국제유가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며 다시 배럴당 40달러대 초반으로 떨어진 가운데, 원유시장의 큰손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의 후계구도가 급속히 재편됐다. 살만 사우디 국왕이 21일(현지시간) 왕위계승 서열 1위를 친아들인 모하마드 빈살만(31) 왕자로 전격 교체한 것.

이미 국방장관이자 국영석유기업 아람코를 운영하는 사회경제 개혁 책임자로 전면에 나서 ‘실세 왕자’로 통했던 젊은 왕자의 권력이 명실공히 반석 위에 오른 셈이다. 대중동 강경책·탈석유 경제개혁 등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그에게 이번 책봉은 힘을 더하고 권력을 공식화하는 신호탄이 됐다는 평가다.

그간 ‘석유 왕국’ 사우디의 왕좌를 둘러싸고 과연 살만 국왕의 조카이자 왕위 계승 서열 1순위인 모하마드 빈나예프 왕자가 순조롭게 왕위를 물려받을 수 있을 지에 대해 예측이 분분했다.

후계 2순위이자 살만 국왕의 친아들 모하마드 빈살만 왕자의 권세가 공식 서열을 역전할 정도로 강력했던 탓이다.

결과적으로 전세계가 주목했던 사우디 알사우드 왕가 내 ‘왕좌의 게임’의 승자는 서열을 역전한 모하마드 빈살만 왕자가 된 셈이다.

82세의 고령인 살만 국왕이 서거할 경우 그는 30대에 중동의 대국 사우디의 권좌에 오르게 된다. 사우디 왕위가 종신제인 만큼 별다른 급변사태가 없다면 40년 이상 MBS의 시대가 될 전망이다.

살만 국왕은 시리아와 예멘 내전, 카타르 단교 사태 등 중동 현안과 이와 엮인 이란과 패권 경쟁이 날로 첨예해지고 유가 하락으로 사우디 국내 상황도 불안해지자 전격적으로 친아들 중심으로 후계구도를 재편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이 붙인 모하마드 빈살만 왕자의 별칭은 영문 표기 앞글자를 딴 ‘MBS’다. 그만큼 과거 사우디의 왕세자들과 달리 인지도가 높을 뿐 아니라 영향력이 크다는 방증이다.

국방장관을 겸직하는 그는 올해 31세로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국방장관으로 알려졌다.

2015년 1월 살만 국왕이 즉위하자 젊은 나이임에도 형들을 제치고 사우디 내각의 요직 중 요직인 국방장관에 임명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같은 달 그는 국왕 직속 11개 위원회를 통합한 경제·사회 정책을 관장하는 경제개발위원회의 위원장에도 임명됐다. 살만 국왕은 이 위원회가 세계 최대의 석유회사이자 사우디의 ‘심장’이나 다름없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경영권을 관장하도록 했다.

사우디 왕가를 지탱하는 양대 축인 군과 석유에 대한 사실상 전권을 MBS에게 물려준 셈이다.

아람코의 기업공개, 여성의 권리 신장, 일자리 창출,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비(非)석유 분야를 성장시키는 산업구조 개조 등 사우디의 개혁 청사진인 ‘사우디 2030’을 주도하는 이도 MBS다.

MBS는 친미 성향이자, 대(對)이란 강경파로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이란에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밀착해 핵합의로 부상한 이란과 벌이는 패권 경쟁의 선봉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란과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MBS가 왕세자에 임명되자 이란은 이를 ‘조용한 쿠데타’라고 논평했다.

젊은 나이에 실권을 쥔 그에 대한 평가는 ‘개혁가’ 또는 ‘독불장군’으로 크게 나뉜다.

때문에 MBS의 책봉이 장기적으로 유가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방장관이기도 한 왕세자 빈 살만은 중동지역에서 보다 공격적인 대외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왕위계승자 1순위로 등극한 빈살만이 석유생산 정책을 변경하지는 않겠지만, 그의 더 공격적인 대외정책은 유가에서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을 과거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고 RBC의 원자재전략담당 대표 헬리마 크로프트는 분석했다.

크로프트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 왕위 계승 서열 1위의 MBS가 공격적인 외교정책으로 유가에 정치 리스크 프리미엄을 줄 수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크로프트 본부장은 보고서에서 "중동 지역에서 단기 변동성과 군사대치 위험이 고조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며 "정치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복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15년 1월∼2017년 6월 빈살만 왕세자 아래에서 브렌트유 추이. 왕세자 등극→셰일과의 치킨게임 시작→유가 2003년래 저점 기록→도하 회의에서 합의 없이 끝남→OPEC 8년만에 감산 합의→감산이 재고를 낮추지 못하면서 다시 하락세. (표=ICE/블룸버그)


그러나 단기적인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나온 사우디가 미국에 원유 수출제한 검토 중이라는 보도는 사우디가 얼마나 유가 상승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는지 시사했다.

사우디는 7월부터 미국에 원유수출을 잠정 중단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감소한 수출량이 미국의 주간 원유재고 데이터에 반영될 경우 유가 상승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는 "사우디가 수출을 제한한다면 EIA 원유재고 데이터에 반영되어 재고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레고리 브루 전문가는 "유가가 오르면 수혜를 입는다는 사실은 모든 산유국들이 마찬가지지만, 미국 재고를 겨냥한 단기 정책까지 고려한다는 점은 사우디가 아람코 IPO를 앞두고 유가 상승이 얼마나 시급한 지 보여준다"고 강조하며 "사우디가 미국에 대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가 출혈을 감안하면서까지 주도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 역시 아람코 IPO와 연결돼있다. 유가 하락에 따라 기업가치가 계속 떨어져 아람코의 상장이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 사우디는 국가 수입의 대부분을 원유에 의존하고 있다. 막대기=국가 총 수입(10억 달러), 선=총 수입 중 원유 비중(퍼센트)(표=파이낸셜타임스)



특히, 후계자 자리가 공식화된 MBS로서는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아람코 IPO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탈석유 경제개혁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러나 아람코의 IPO를 놓고 국제유가가 우호적으로 반응할 지는 미지수다.업계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소 60달러대로 유지되어야 사우디가 추진하는 ‘비전2030 경제개혁’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데, 현재 유가는 40달러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유가가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인 30달러대로 밀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폴 씨아나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전략가는 "절대적인 하락 추세"라며 "추가적 하락으로 인해 지지선이 붕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8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98센트(2.25%) 하락한 배럴당 42.53달러로 마감됐다. WTI는 장중 한때 배럴당 42.13달러까지 떨어지며 작년 8월 이후 최저점을 찍기도 했다. WTI는 지난 2월 이후 20% 이상 하락했다.

경제상황도 좋지 않다. 저유가가 길어지면서 재정난이 지속돼 도시 개발 등 국내 개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사우디 재정의 90% 이상,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은 여전히 석유수출에서 나온다. 이로인한 지난해 사우디의 실질 GDP 성장률은 0.1%에 그친 것으로 추산된다.

브루 전문가는 "역설적이게도 MBS의 비전 2030으로 사우디 경제의 원유의존도가 낮아지고 사회구조 다각화에 성공한다면, 유가 상승의 시급성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내년 예장된 아람코 상장이 사우디 정책의 가장 큰 변수"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MBS의 후계자 등극으로 아람코 IPO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경제개혁의 성공은 왕자의 세력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주춧돌이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비전 2030’은?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구조 다각화를 골자로 하는 사우디의 탈석유 개혁 플랜이다.

지난 4월 빈살만 왕자에 의해 발표된 비전 2030의 주요 목표는 제조업 육성 등 탈석유산업을 통한 경제활성화와 신성장분야 집중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4조 달러가 필요하며 8대 성장 유망분야에 투자를 집중해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할 계획이다.

경제개혁용 재원은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상장에서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사우디는 늦어도 2018년까지 아람코 지분 5%를 매각해 2조달러(약 2374조원)를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재원을 사회 각 분야에 투자하는 식으로 민간부문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