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에너지경제와 대담하는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사진=민원기 기자) |
"현재의 금융상황은 내부에서 해결할 수 없다. 내부에서 한계가 있어 해외로 나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고 특히 동남아시아로 진출할 필요가 있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말하는 금융외교론은 탁월했다. 제2기 농협금융호를 이끄는 김 회장의 관록과 식견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시대적 흐름을 누구보다 빨리 체득하고 적용해 혁신형 리더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저금리, 저성장 기조에 빠진 은행권은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로 눈을 돌려 새 먹거리를 창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회장은 구체적으로 해외 진출 방안을 세우고 체계적인 진출을 구상하고 있다.
또 지난 4월 농협금융지주 사상 최초로 연임에 성공한 그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내실을 강화하고 계열사간 시너지로 농협금융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디지털 혁신에도 나서는 것은 물론 은행과 비은행 수익의 균형을 맞춰 금융지주사 설립취지에 가장 부합하게끔 농협금융을 이끌고 있다.
지난 2일 김 회장을 서울 서대문구 농협금융지주 회장실에서 만나 리스크 관리 계획, 해외진출, 계열사 협업방안 등에 대해 물었다.
▲농협금융 역사상 ‘첫 연임 성공’이라는 새역사를 쓰고 있다. 2기의 중점과제는 무엇인가.
올해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은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 증가, 부동산 경기 침체, 기업구조조정 등의 이슈로 인해 불확실성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따라서 얼마나 철저히 대비하느냐가 치열한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생각하며 모든 자원을 상반기에 집중해 조기 사업 추진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
또 목표손익 6500억원 달성을 위해 농협금융 모든 계열사가 목표 달성을 위한 우선추진과제를 선정했고 매월 정교한 진도분석을 통해 점검하고 있기 때문에 3대 신성장동력인 ‘디지털·글로벌·은퇴금융’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특히 우수한 성과를 보이는 직원에게는 즉시 포상하는 문화를 정착시켜 일하는 보람을 느끼게 하고 농협금융 통합위기상황분석 시스템 구축, 중장기 자본 관리 강화 등 경영의 안정성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농협금융의 디지털 혁신방안은.
농협금융은 미래 성장을 위한 3대 전략사업으로 ‘디지털금융’, ‘글로벌진출’, ‘은퇴금융’ 등을 설정해 추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는 디지털 금융에 가장 많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핀테크를 활용한 비대면 마케팅이나 빅데이터 분석력을 높여 전담조직 구성과 세부과제도 추진중이다. 이에 지주차원에서는 디지털금융단을 신설하고 디지털금융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은행에서는 디지털뱅킹본부, 디지털혁신단, 빅데이터전략단을 신설했다.
특히 디지털금융 전문과정(MBA)을 개설해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모바일뱅크인 ‘올원뱅크’의 상품라인업 확대, 16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전금융계열사 핵심 서비스를 핀테크 오픈플랫폼과 연계할 계획이다. 또 은행과 카드 중심 업권별 특성을 연계하고 생체인증, 사물인터넷의 도입을 통한 혁신기술의 융합을 추진할 것이다.
▲지난해 빅배스를 통한 부실을 털어내고 올해 호실적을 기록했다. 앞으로의 성장전략은.
지난해에는 농협금융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하는데 경영의 초점이 있었다면 올해부터는 적극적으로 수익성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기업투자금융(CIB)이다. 은행의 전통적 수익원이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업권별 기존사업 경쟁력 강화만으로는 수익 창출의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농협만이 가진 장점을 활용한 업권별 협업으로 CIB분야에서 획기적 성과를 창출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위한 ‘CIB전략협의회’를 구성해 실무자간 성과창출을 위한 제도를 구축할 것이다.
또 수익성 제고를 위한 자회사별 혁신방안 추진으로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 전략을 병행 추진할 계획이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왼쪽)이 지난 2일 송정훈 에너지경제신문 금융부장과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민원기 기자) |
▲금융그룹들이 복합점포를 통한 지주사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농협금융의 계획은.
현재 은행권의 경쟁구도가 ‘업권내 개별회사간 경쟁’에서 ‘그룹간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성장 잠재력이 큰 농협금융에 가장 유리하다. 은행과 보험, 증권, 카드 핵심 사업이 모두 업계 5위권 이내에 위치해있고 전국의 군단위까지 지점을 보유한 유일한 금융그룹이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투자금융의 성과를 확대해 범농협 자산운용 수익 제고에 기여하고 개별 자회사 고객을 농협금융 고객으로 적극 추진해 교차판매 확대를 통한 자산관리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가계부채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하려고 한다. 이에 대한 대응방안은.
농협금융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지주와 각 자회사의 여신·리스크 관련부서 담당자가 참여하는 테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금리인상에 취약한 저신용 가계여신을 집중 관리하기 위해 계열사별 저신용 가계여신의 잔액, 연체율, 채권보전 현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는데 연체율이 감소하고 있어 현재까지 가계부채 리스크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금리인상이나 부동산경기가 침체할 경우 저신용 가계여신의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어 이에 대비하기 위해 상환능력 심사 강화 등 선제적인 관리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농업과 농촌 지원을 위해 어떤 기여와 협업을 하고 있나.
농업과 농촌은 농협금융의 뿌리다. 그렇기 때문에 농업과 농촌을 가장 염두에 두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금융을 금융으로만 풀지 않고 경제, 축산, 유통, 상호금융 등 범농협과 연계된 사업을 추진한다면 자연스럽게 성과는 따라온다는 생각 때문이다.
앞서 올해 초 농협금융 전 경영진이 참여한 경영전략 워크샵에서도 이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과제를 발굴해 추진하고 있으며 임직원들이 농심(農心, 농민의 마음)을 가슴에 품고 손익증대를 통해 범농협 수익센터 역할을 완수하고 농가소득 증대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주문한 바 있다.
특히 정책자금 금리 인하를 통해 농업인의 이자부담을 경감시키고 우수 기술력을 보유한 농업인을 대상으로 ‘1%대 스마트팜 종합자금’ 지원은 물론 농업과 농촌 지원기금 조성 상품을 개발해 출시할 예정이다.
▲농협금융의 글로벌화 전략은 무엇인가.
그간 농협금융은 과거 선진국 위주의 거점 확보 전략을 추진했지만 지난 2015년 취임 이후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 유사성과 성장 잠재력, 농업 개발 수요가 있는 아시아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 미얀마, 베트남, 캄보디아 등을 타겟국가로 선정해 추진중이며 지난해에는 중국과 미얀마, 베트남에 교두보를 마련해 해외사업 활성화 기반을 다지기도 했다.
특히 진출방식도 과거 은행 위주 사무소-지점-법인 형태의 획일적인 방식을 벗어나 단기간에 현지화가 가능하고 성공가능성이 큰 조인트벤처, 인수합병 방식으로 다양한 업종에 진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또 국내 농업부문 실물경제의 핵심 기관인 장점을 활용해 기술과 금융을 결합해 농업 중심 개발도상국에 협동조합형 모델을 전수하고 현지 당국의 정책적 지원과 현지화를 확보해 나갈 것이다.
▲현장행보 소통경영을 강화하고 있는 것 같은데.
취임이후 ‘현장, 소통, 스피드, 신뢰’를 4대 경영 나침반으로 제시하며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경영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그간 농협금융은 직원들의 로열티 등 조직문화의 많은 강점에도 불구하고 관행과 형식주의 등 비효율적인 요소가 일부 남아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시간이 날 때 마다 현장을 방문해 직원들의 의견을 들었고 영업점 원스톱 지원 시스템 구축, 농협금융 특화상품 개발 등을 반영한 바 있다.
올해에도 현장중심 소통 경영, 스피드 경영, 고객 중심 신뢰경영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농협금융의 중요성 중 하나는 농민을 위한 자금지원 등의 역할도 있다. 시중은행과 다른점은.
농협금융은 농업과 농촌을 위한 협동조합 수익센터 역할과 함께 정책자금 공급 등 농가소득 증대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 사업의 수익 전액은 농협중앙회에 배당과 농업지원사업비로 납부해 농촌과 농업인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또 시중은행은 상업성을 우선으로 하지만 농협금융은 지역사회 공헌 등 공공성도 함께 추구해 금융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차별화 하고 있다.
특히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사회공헌을 수행하면서 사회공헌 6년 연속 1등 금융기관을 선정되고 있고 농어촌 등 소외지역 취약계층을 위해 도서산간지역과 울릉도까지 점포운영과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은행권의 경쟁구도가 그룹간 경쟁으로 바뀐 상황에서 농협과 축협, 유통, 경제 등 유통과 금융이 결합하는 시너지 창출 기반은 금융지주 중 농협금융의 미래 성장잠재력이 가장 높다고 생각한다.
[대담=송정훈 금융부장, 정리=복현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