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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 대기업에 대한 오해와 분노는 이제 멈추어야 한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5.23 18:27

▲최준선(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기업법연구소 이사장)


◇ 선거는 바람이다.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소위 재벌들은 긴장하게 된다. 한국에서 재벌은 한국 경제의 암 덩어리로 묘사된다. 그래서 재벌해체와 재벌개혁이라는 단어가 국민들의 뇌리에 깊이 박히게 되었다.

선거는 바람이라 한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기간 내내 문풍, 홍풍, 안풍이 이쪽 저쪽에서 불었다. 선거에선 고요하게 부는 바람은 의미가 없고, 태풍급이 되어야 한다. 선거 태풍은 사람들의 분노를 실어야만 비로소 소용돌이친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분노하라!’고 외친다. 바람에 분노와 한탄과 희망과 혁명을 담아 쏟아 낸다. 분노는 그 대상이 특정 되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항상 지난 정권이었고 재벌이 대상이었다.

정권이 바뀐 국민의 식탁에는 정치보복과 재벌해체, 재벌개혁이 고정 메뉴로 올라왔다. 한국인의 반(反) 대기업정서의 근원은 바로 정치이다.


◇ 재벌은 해체의 대상인가?

한국 10대 그룹의 매출은 전체 상장회사 매출의 절반이 넘지만 고용율은 전체 노동자의 5%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일본 방송을 보면 한국 재벌은 한국 경제구조에 있어 양극화의 주범이며 반드시 해체되어야 할 대상이라는 논조, 한국 경제는 망할 수밖에 없다는 소위 전문가들의 주장이 넘친다.

반면에 대만의 경제학자는 "왜 대만에는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하나도 없단 말인가?"라며 한탄한다. 누구 말이 맞는가?

우선 대기업의 숫자를 보자. 포춘지가 2016년에 발표한 ‘2016 Fortune Global 500’을 보면 글로벌 500대 기업에 드는 기업 수는 미국 134개, 중국 103개, 일본 52개인데 한국은 15개뿐이다. 스위스도 15개이다.

스위스 인구가 1천만 명 뿐인 점을 생각하면 5천만 한국의 대기업 수는 다섯 배는 더 많아야 한다. 청년들이 취업을 원하는 한국 대기업 수가 너무 적다.


◇ 재벌해체 주장은 성공한 기업 처벌하기

한국 재벌은 영원한가? 한국의 가족기업이 대물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기업의 역사가 짧아서 그렇게 보일 수 있다.

한국의 상증세는 경영권이 포함된 경우 세율은 65%이고, 가족기업이 3대까지 생존할 확률은 13%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장차는 기업의 부침이 심할 것이다. 실례로 1997년 외환위기 후 3년 동안 30대 재벌 중 대우, 쌍용, 동아 등 14개 그룹이 탈락했다.

재벌조차도 망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망한 기업의 대부분은 사업이 단일 업종에 한정되었던 탓이다. 한국과 같은 작은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문어발식 확장이라 하여 비난받는 사업다각화를 해야 한다. 사업다각화는 기업의 생존전략이다.

생존력이 강해진 대기업에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며 모든 청년들은 이곳에 취업하기를 원한다. 지금 재벌해체를 주장하는 것은 성공한 기업 처벌하기이다.


◇ 대기업문화도 바뀌고 있다.

지금 한국 대기업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SK그룹의 경우 SK 지주사와 계열사들이 정관에서 ‘이윤창출’을 빼고 ‘사회적 가치 창출’을 넣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에 들어있던 "회사는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증대시키고 기업의 미래 성장을 위해 충분한 이윤을 지속적으로 창출하여야 한다."는 문구를 "회사는 이해관계자 간 행복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하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도록 현재와 미래의 행복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문장으로 변경했다.

SK브로드밴드는 하청 대리점 직원 5,200명 전원을 신설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현재 대기업이라 해서 하청업체를 쥐어짜고 단가 후려치며 대금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4대 재벌 기업 매출 대부분이 해외에서 나오는 만큼 내수를 기반으로 하는 중소기업의 권역을 침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도 능력 있는 대기업이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에게 족쇄를 채운다면 한국경제는 영원히 일본을 넘어설 수 없다. 대기업에 대한 오해와 분노는 이제 멈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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