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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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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만에 끝난 朴 재판…18개 혐의 조목조목 반박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5.23 14:16

▲대기업에서 총 592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재판을 마친 후 구치소로 가는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


총 592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식 재판이 3시간 만에 종료됐다. 4월 17일 기소된 이래 36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이날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첫 정식 재판을 열었다.

구속 상태인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10분께 법원종합청사에 도착해 구치감에서 대기하다 법정에 출석했다.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것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박 전 대통령은 통상의 피고인이 입는 수의 대신 남색 정장 차림으로 나왔다. 평소 ‘트레이드 마크’였던 올림머리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머리는 플라스틱 집게 핀으로 고정했다.

최씨와 신동빈 회장도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았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만남은 지난해 9월 최씨가 독일로 출국한 이후 8개월 만이다. 다만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진 않았다.

재판장은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역사적 의미 등을 고려해 재판 전 법정 모습을 언론이 촬영할 수 있게 허락했다.

정식 재판의 시작인 만큼 검찰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한 이원석·한웅재 부장검사 등 8명이 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이상철·유영하·채명성 변호사 등 6명이 나왔다.

3시간 동안 이어진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은 공소사실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대기업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


검찰은 "이 사건은 박 전 대통령이 오랫동안 개인적 친분 관계를 맺어온 최씨에게 국가 기밀을 전달해 국정에 개입하게 하는 한편 권력을 남용해 개인이나 기업의 이권에 개입해 사익을 추구하고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지원배제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등이 사사로운 이익 취득을 위해 적법절차를 무시하고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재벌과 유착해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이날 법정에서 검찰이 적용한 18가지 혐의를 모두 부인하면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유 변호사는 25분에 걸쳐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반박하는 적극적인 주장을 펼쳤다.

그는 "앞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18가지 공소사실에 대해 일괄 부인한다고 말씀드렸는데 보충 설명을 드리겠다"며 "공소사실은 엄격하게 기소된 것이 아니라 추론과 상상에 기인해 기소됐다"고 포문을 열었다.

특히 유 변호사는 "상당수 증거가 대부분 언론기사로 돼 있는데 이를 참고자료 같으면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언론기사가 증거로 제출돼 있다"며 "언제부터 대한민국 검찰이 언론 기사를 형사사건 증거로 제출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이런 논리라면 지금 (논란이 불거진) 돈 봉투 만찬 사건을 이 사건 논리로 검찰이 적용한다면 그 사건 당사자들에게 부정처사후수뢰죄로 얼마든지 기소할 수 있다는 게 개인적인 소견"이라고 쏘아붙였다.

▲ 대기업에서 총 592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 나란히 앉아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


구체적으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대기업 출연금을 받은 뇌물수수 혐의는 동기가 없고 △최씨와 언제 어디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공모관계에 대한 설명이 없으며 △증거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SK·롯데그룹 측에 대한 뇌물 요구, ‘블랙리스트’ 지시, 문체부 공무원 사직 지시, 청와대 기밀 문건 유출 혐의 등도 자신이 그렇게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은 유 변호사의 모두진술이 끝난 뒤 재판장이 "피고인도 부인 입장이냐"고 묻자 "네. 변호인 입장과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같은 맥락에서 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삼성 관련 혐의 입증을 위해 제출한 관련자 153명의 진술조서를 전부 증거로 쓰는데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향후 증인신문 과정을 거쳐 사실관계를 따지겠다는 취지다.

최순실씨는 "40여년 지켜본 박 전 대통령을 재판정에 나오게 한 제가 죄인"이라고 울먹이면서도 혐의는 극구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한 사실이 없고, 검찰이 무리하게 엮은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박 전 대통령 측에 70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회장 측도 "공소사실은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법리적으로도 의문"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향후 박 전 대통령 사건과 특검이 기소한 최씨의 뇌물 사건을 병합해 심리하기로 했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사실이 18가지로 방대한 데다 1심 구속 기한이 최대 6개월로 한정된 만큼 신속히 심리를 진행할 계획이다.

29일부터는 매주 월·화요일 삼성 뇌물 사건과 관련한 증인신문을 하기로 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모두 나온다. 수요일이나 목요일 중 최소 하루 이상은 재단 출연 등 직권남용 사건의 서류증거를 조사한다. 박 전 대통령은 25일부터 법정에 출석한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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