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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대책없는 대선후보 ‘에너지 공약’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4.20 23:26

김태공 아시아평화경제연구원 이사

[EE칼럼] 대책없는 대선후보 ‘에너지 공약’ 

김태공

▲김태공 아시아평화경제연구원 이사

D-18. 대선후보들의 초조감이 고조되는 시기에 돌입했다. 집토끼를 지키면서 산토끼를 유인하기 위해 각 캠프가 경쟁하다 보니 내세우는 공약들이 비슷해지는 ‘공약 수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양강 구도를 형성한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모두 중도층 확장에 나섰기 때문이다. 사정은 보수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19일 기후변화센터를 비롯한 11개 에너지 관련 협회·학회가 공동 개최한 ‘에너지 대토론회’에서 각 후보들의 에너지 정책을 점검한 결과, 주요 후보 5명 모두가 ‘원전과 석탄 에너지 비중을 줄이고,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로 바꾸겠다’는 공통점을 보였다.

하지만 5명 모두 원전·석탄 비중을 줄인다면서 그에 따른 전력 공급 부족에 대한 뚜렷한 대책은 없었다. 에너지 정책의 중요성은 잘 인식하고 있었지만 그에 대한 전문성은 물론 현실성과 구체성이 없었다. 오로지 원전 안전에 대한 불신과 근래에 국민 건강과 산업 환경을 위협하는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논란을 의식한 결과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노후되는 원전을 차례로 철폐하고 향후 원자력발전소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아울러 미세먼지가 많은 봄철(4~5월)에는 석탄발전소 가동을 멈추고, 신규 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겠다고 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신규 원전 건설을 금지하고 석탄 등 화석연료 대신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을 공약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아예 "2040년까지 모든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겠다"는 강력한 반원전 정책을 내세운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원전은 줄이고,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발전 시스템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런 발전 시스템이 어떤 것인지는 언급하지 못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원전을 새로 건설하지는 않지만 폐기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어정쩡한 자세를 보인다.

이와 같은 후보들의 공약대로 원전과 석탄발전을 줄인다면 줄인 만큼 다른 데서 필요한 전력을 확보해야 한다. 전력 사용량은 늘어나게 마련인데, 천연가스로만 대체할 수도 없고, 태양열·풍력·조력 등 신재생에너지에 의존하기에도 자본과 기술 문제에 가로막힌다.

이를테면 현재 보급되고 있는 태양열·풍력 발전을 통해 원전 수준의 에너지를 생산하려면 기술상 문제는 별도로 하더라도 엄청난 규모의 인프라가 확보돼야 한다. 친환경 천연가스 발전만 하더라도 생산비가 2배 이상 든다. 후보들의 공약을 현실에 적용하면 전력 가격이 지금보다 최소한 5배 오른다(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후보들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국가 에너지 정책을 마구 주무르는 본말이 전도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에너지 정책과 미세먼지 문제 해소를 혼돈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도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 비율이 일정량을 초과하게 되면, 이들이 가동되지 않는 상황을 별도로 상정하여 예비발전소를 더 많이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4월16일자 본 칼럼).

정 교수는 풍력발전 비율이 20%를 넘는 독일의 예를 든다. 바람이 없어서 풍력발전이 전기를 생산하지 못하는 동안 독일은 인접국 프랑스로부터 원자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수입하거나 자국의 갈탄발전소를 가동해 전기를 충당한다. 의도와 달리 갈탄발전소를 가동하게 되고 그에 따라 이산화탄소·미세먼지 배출이 증가한 셈이다.

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국민생활과 산업안전에 직결되는 문제다. 정책을 전환하기에 앞서 전기요금 인상, 전력공급 안정성, 과세 형평성 같은 에너지 전반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통한 문제 해결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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