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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들수첩] 대우조선 정부 지원 ‘상업적 판단’ 맞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4.18 15:57
최홍

[에너지경제신문 최홍 기자] "2000년 대우조선 설립 초창기 때 입사했는데 17년간 주인 없이 생활하며 불안하게 지내왔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의 말은 현재 회사 유동성 위기가 새삼스럽지 않다는 뉘앙스였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은 2000년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들어갔을 때부터 ‘주인찾기’에 나섰다. 17년이 지난 지금도 주인 없이 국책은행 아래에 있다.

해외 선진기업들은 오너 없이 채권단 관리 하에 문제없이 경영한다. 이런 점에서 오너의 존재 여부는 경영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 채권단이 오너라고 생각하면 주인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는 뒤늦게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란 걸 깨달았다. 똑같이 주인이 없어도 어느 기업은 시장논리에 따라 움직이지만, 반대로 국책은행 아래에서 정무적 판단이 점철된 곳도 있어서다. 바로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국내 기업이 그렇다.

일본과 EU가 국책은행의 대우조선 자금 지원에 WTO 위반이라고 문제제기 했다. 정부는 언론을 통해 "정부 주도의 지원이 아닌,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주도로 이뤄진 ‘상업적 판단’이다"라고 해명했다. 어불성설이다. 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대부분 지배지분을 가지고 있는 국책은행이다. 국책은행 주도로 지원하는 것은 ‘상업적 판단’보다 ‘정무적 판단’이 더 크다. 국책은행이 정무적 판단으로 구조조정의 실효성을 떨어트렸다는 주장은 이미 검증된 바 있다.

2015년 10월 분식회계 의혹 등 대우조선에 부실이 많았음에도 정부는 4조2000억 원 지원했다. 이후 여론에서는 정치적 개입이 들어가지 않았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검찰도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서 대우조선 유동성 지원을 결정한 배경을 조사하고 있다. 국회는 금융위의 밀실 처리를 막자며 금융위 회의 공개법 발의했다.

국책은행의 구조조정 성공률도 낮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주채권 은행별 기업구조조정 현황자료’에 따르면 국책은행인 산은, 수출입은행, 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서 구조조정을 주도한 경우 성공률은 각각 23%, 25%, 27%다.

특히 은행별 전체 손실 규모의 절반에 해당하는 28조7355억원이 산업은행이 관리하는 기업에서 발생했다. 그만큼 실효성이 없다는 얘기다. 정부도 이러한 채권은행 주도 구조조정의 한계를 인정한 바 있다. 이후 구조조정 주체를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자본시장으로 바꾸기 위해 8조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대우조선 지원이 시장논리에 따른 '상업적 판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간 국책은행 주도의 구조조정이 저지른 실책에 대해서는 반성이 없다. 대우조선 사채권자집회가 모두 통과되는 등 국민의 노후자금과 세금이 투입됐는데도 정부는 위기를 모면하기에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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