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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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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쌍용차, 친환경엔진 개발 무산…30억 혈세 ‘증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3.29 19:56

▲쌍용차가 작년 5월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ENVEX 2016)에서 선보인 린번 터보 GDI 기술을 적용한 체어맨 W.


쌍용자동차가 수행하던 고효율 친환경엔진 개발이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그 바람에 국민의 혈세 30억원이 허공에 날아갔다. 정부가 지원한 연구기금은 되돌려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쌍용차나 지원 당국은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자칫 ‘눈먼 돈’이 쌍용차에 흘러 들어갔다는 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쌍용차가 2011년 기술원 내 친환경자동차기술개발사업단이 추진한 저배기·저탄소기술의 초희박 과급 GDI엔진 CO2 저감기술 개발 과제에 단독으로 입찰했다. 해당 과제는 기존 MPI 가솔린엔진 대비 CO2 20% 이상 저감(또는 연비 20% 이상 향상)되는 직접분사식 초희박 과급 GDI엔진 가솔린 엔진 개발을 골자로 한다.

총 연구기간은 2011년 7월1일~2016년 4월30일이다. 최초 6억원 내외 규모의 지원금을 시작으로, 총 연구비로 약 60억원이 투입됐다. 같은 해 실시됐던 15개 세부과제 중 지원 규모가 3번째로 크다. 6년간 개발 끝에 결과물도 나왔다. 쌍용차는 작년 5월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ENVEX 2016)에서 린번 터보 GDI 기술을 적용한 체어맨 W를 선였다. 이 엔진에 대해 쌍용차 측은 "고효율 친환경 엔진으로 분류된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전시까지 이뤄진 이 친환경기술은 얼마 후 자취를 감췄다. 당시 국책과제를 담당했던 공무원은 "전시 행사 등을 통해 데이터를 받아왔던 상황인데 다른 기준 값을 모두 만족했지만 질소산화물(NOx)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해 무산됐다"며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도전적인 기술인데 비용 등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고 말했다.

국내 연료시스템은 보쉬, 콘티넨탈 등 글로벌 부품 업체들의 비중이 큰데 양산이 아닌 시험 단계이다 보니 업체들이 소극적으로 나온 부분도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KIET)은 "가솔린 차량은 통상 디젤 엔진에 비해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면서도 "국책과제 특성상 아마 한정적인 자금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011년 당시 추진한 친환경차 관련 국책사업 15개 중 실패 사례는 쌍용차가 유일하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국책과제는 대부분 성공하지만, 일부 과제가 실패를 하는데 쌍용차가 그 사례"라고 말했다. 다만 쌍용차 관계자는 "통상 국책과제는 연구개발 과정으로 실패한다고 해서 문책성 인사를 실시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문제는 연구기간 동안 투입된 자금이다. 기술원 관계자는 "정부에서 나간 예산은 29억5000만원, 민간(쌍용차)자금 37억원이 집행됐다"며 "실패 이후에는 정산을 실시하는데 당초 연구 여부에 맞지 않게 집행했거나, 벗어나서 집계한 경우 등 부적정 집행부분에 대해서만 환수를 하도록 돼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쌍용차가 진행했던 연구개발 시기와 ENVEX 2016의 개최 시기를 감안하면 불과 1달여 차이밖에 나지 않아 양측이 기준 미달을 인지하고도 전시를 강행한 것이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담당 공무원은 "과제 완료 이후 유예기간 3개월 동안 검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사전에 알았던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에너지경제신문 김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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