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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 대선후보와 ‘4차 산업혁명’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3.15 23:57

김태공 아시아평화경제연구원 이사

[아침햇살] 대선후보와 ‘4차 산업혁명’

18면-김태공 아침햇살

▲김태공 아시아평화경제연구원 이사

조기대선을 예상하고 활발하게 전국을 누비는 대권후보들이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의 하나로 ‘4차 산업혁명’을 앞다퉈 거론하고 나섰다. 이명박 정부가 주창한 ‘녹색경제’나 박근혜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창조경제’의 실패를 만회할 청사진으로 포장하기에 그 만한 호재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이다. IT 전문가를 자처하는 안 의원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현행 학제를 5(초등학교)-5(중·고등학교)-2(진로탐색 또는 직업학교)로 개편하는 방안을 밝혔다. 그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3D 프린팅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전문인력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며 "청년·중장년을 교육해 10만명의 전문가를 양성하겠다"고 강조한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더 적극적이다. 문 전 대표는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대통령 직속위원회를 만들어 4차 산업혁명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확대하는 방안과 함께 앞으로 5년 동안 초·중등학교 소프트웨어(SW) 교사 1만명 양성, 세계 최초 초고속 사물인터넷(IoT)망 구축, 전기차·자율주행차 확산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민간 혁신을 추진하되 정부는 개별 기업이 해결할 수 없는 인프라 구축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은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으로 분산된 4차 산업혁명 관련 정부부처를 송두리째 개조하겠다는 생각이다.

특이하게도 이재명 성남시장만은 4차 산업혁명을 위기로 본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AI)이 국민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시장은 이같은 상황에 대비해 정부가 4차 산업혁명 대응위원회를 만들어 기업이나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기본소득제도를 도입해 일자리 감소가 가져올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란 게 개념부터 모호한 측면이 있고, 기술 중심으로 봐도 이해가 간단하지는 않다. 세계경제포럼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주창한 바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은 "물리학 기술, 디지털 기술, 생물학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융합된 기술이 경제체제와 사회구조를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으로 바꿔놓는 것"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4차 산업혁명은 새로 등장한 개념이라기보다는 2010년 이후 부각된 신기술이나 유망기술 등을 총망라한 것으로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 위에 있을 뿐 "실체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에서 거론된 첨단기술이 어떤 방향으로든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문제는 4차 산업혁명을 한다지만 당장 누가 나서서 주도할 전문가도 없고, 이를 뒷받침해줄 인적자원도 크게 부족하다는 우리의 현실이다.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민간기업의 준비 수준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내 최고 ICT 기업이라는 삼성전자도 ‘알파고 사태’로 인공지능이 집중 조명받은 뒤인 지난해 10월에야 미국의 인공지능 플랫폼 기업 ‘비브랩스’를 부랴부랴 인수한 것이 좋은 예다.

정치적 구호에 매몰돼 성급하게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기보다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통해 장기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이제까지의 산업혁명에 따른 키워드는 언제나 그랬듯이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다. 어떤 산업혁명이든 그 목적은 인간의 행복한 삶에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초(超)지능’과 ‘초(超)연결’ 개념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키워드도 여전히 인간 중심의 ‘소통’과 ‘통합’일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지 않으면 유행에 뒤질세라 너도 나도 관련 공약을 남발할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분석과 성찰이 앞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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