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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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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들수첩] 관료사회 낙지부동과 위대함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2.20 17:48
[본·들수첩] 관료사회 낙지부동과 위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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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민 에너지부 차장

미국이 정치 선진국이라고 칭하는 이유가 있다. 연예인 출신 대통령과 주지사가 나왔기 때문이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그랬고,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낸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바로 주인공이다. 정치와 거리가 먼 이들이 그 직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던 건 미국의 정치 시스템이 잘 구비돼 있기 때문이다. 그들 옆의 훌륭한 경제 참모와 외교, 안보, 국방 참모, 그들이 속한 위원회와 행정 조직이 미국과 캘리포니아를 움직였다. 그래서 오랫동안 미국 정치 모델은 한국 정치학도에게 선망의 대상이 됐다.

탄핵 정국이 길어져 대통령이 유고지만 별 무리 없이 작동하는 한국 사회를 바라보며 한국도 이제 시스템이 운영하는 나라로 발돋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에 유력한 재벌 총수가 연루돼도 관련 주가가 선방하는 사실을 바라볼 때 심증이 굳어간다. 대통령 유고와 재벌 총수의 구속이 마냥 좋은 일은 아니지만 한 켠에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이에 반해 휴전선 이북 북한에선 형제와 친족을 가지리 않는 피의 숙청이 한창이다. 정치공학적 관점에서 볼 때 권력을 독점하려는 야욕과 같은 편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김정은 국방위원장, 북한 권력을 유지할 사람은 자기 자신 밖에 없으니 세상 떠들썩하게 난동을 부리는 것이다. 동족이지만 기가 막힌다.

지금까지 ‘영웅’이 역사를 지배했다. 해방 이후 북한에선 김일성이, 남에선 이승만이 정부를 세웠고 박정희가 경제발전을 이뤘다는 게 통념이다. 이제는 시스템이 도도히 작동하는 만큼 영웅사관이 깨질 듯하다. 간도에서 항일투쟁에 나선 독립투사와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당한 고려인, 한국전쟁의 무명용사와 학도병, 그리고 파독광부와 간호원으로 상징되는 경제개발 역군들의 든든한 뒷받침이 없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이 없다는 사실을 국민은 알고 있다. 영웅의 촉매 역할을 부정하진 않지만 영웅도 민초라는 뿌리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이런 것이 의식 개혁이고 정치적 진보가 아닐까?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창밖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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