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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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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 파산ing, OPEC 덕에 ‘숨통’…"문제는 타이밍"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12.11 08:51

Oil Trains First Responders

▲OPEC 합의가 문제에 직면한 원유업체들에 희망을 줬지만 기업가치를 높이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에 미국 셰일산업계의 숨통이 트였다. 국제신용평가업체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미국 에너지업계의 자금조달력이 최악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OPEC 합의가 문제에 직면한 원유업체들에 희망을 줬지만 기업가치를 높이기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 "이미 최악은 끝났다…체사피크 등 회사채 발행 ‘성공’"

S&P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 에너지업체들이 회사채 발행에 잇따라 성공했다"며 "OPEC의 감산합의로 유가가 바닥을 다지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채권 시장의 믿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S&P 애널리스트들은 "내년 에너지 기업들의 디폴트가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파산 수준은 둔화하고 에너지 섹터에 가해진 압박이 결국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이앤 바자 애널리스트는 "디폴트는 (에너지) 업계 대학살의 후행지표"라고 말했다. 에너지 회사채에 대한 투자 심리는 유가 반등을 따라 되살아 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S&P보고서 내용을 전하면서 "채권 투자자들이 OPEC를 신임했다"고 표현했다.

CHESAPEAKE-MCCLENDON/LOANS

▲이번주 미국 셰일을 대표하는 ‘체사피크 에너지’가 2년만에 처음으로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자산 매각과 비용 절감을 단행하자 투자자들은 10억달러의 자금을 빌려준 것. (사진=체사피크 에너지)

이번주 미국 셰일을 대표하는 ‘체사피크 에너지’가 2년만에 처음으로 회사채 발행에 성공한 것이 개선된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대표적 실례다. 체사피크가 자산 매각과 비용 절감을 단행하자 투자자들은 10억달러의 자금을 빌려줬다.

체사피크 외에도 지난 6일 다른 네 곳의 에너지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같은 날에 5개나 되는 에너지 기업들이 채권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성공했는데, 지난 1993년 12월 이후 최대 수치다.

파산 급증세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회사채 가격은 올해 큰 폭으로 올랐다. 정크등급의 에너지 회사채 가운데 20%가 지난 12개월 동안 디폴트했다. 그러나 에너지 회사채의 올해 투자 수익률은 35.6%로 전체 정크본드에 비해 높은 편이다.

헨리 피바디 이톤밴스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아마 최악은 끝난 것 같다"며 "OPEC과 사우디 아라비아는 너무 많은 자본이 원유 시장으로 돌아 오지 않도록 한다"고 말했다.

◇ "시간이 없다"…유가 반등에도 밸류에이션 변화 역부족

문제는 타이밍이다. WSJ는 파산 전문 변호사와 구조조정 전문가들을 인용해 "감산 합의에 따른 유가 상승이 당장 파산위기 기업의 밸류에이션에 변화를 주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한 로펌의 파산 변호사 데어드레이 브라운은 "OPEC 감산 합의가 장기적으로 잠재력을 보여줘도 우리는 그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브라운은 미국 휴스턴에 위치한 셰일업체 ‘에너지 XXI’의 파산보호 신청을 담당하고 있다.

이 기업은 지난 11월 중순 36억달러의 채권을 갖고 있는 채권단과 협상을 통해 구조조정안에 합의했다. 합의안에서 기업 가치는 6억 달러로 책정됐다. 채권단과 협상 이후 지난달 말 OPEC은 국가별 감산쿼터에 전격 합의했다. 이에 기업 주주들은 기업 가치를 좀 더 높게 쳐 주기를 원한다.

하지만 채권단으로서는 OPEC 감산 이전의 기업가치로 묶어두고자 한다. 구조조정안이 파산법원에서 확정되면 기업의 새 주인은 채권단이 되고 유가 상승에 따른 주가 반등의 수혜를 그대로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셰일 기업들이 유가 반등으로 개선된 금융환경 덕분에 채무를 리파이낸싱 하거나 새로 회사채를 발행해 파산을 모면할 수도 있다. 채권단 역시 유가 랠리를 에너지 섹터의 익스포저를 줄일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파산 위기의 셰일업체들이 이러한 수혜를 입기는 힘들어 보인다.

마이클 맥앨리스터 MUFG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위기의 셰일업체들을 향해 내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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