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안희민 기자] 한국의 탄소가격제인 배출권거래제(ETS)가 새삼스럽게 화두로 떠올랐다. 기재부 고위관계자가 탄소세 도입 가능성을 일축했고, ETS 관장 부서가 최근 환경부에서 산업부로 변경됐다. ETS는 11월29~30일 양일간 열린 ‘2016 기후위크’에서도 ETS를 둘러싼 토론이 뜨겁게 진행했다. 내년이면 출범 3차년도를 맞이하는 ETS 시장은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기업들은 상쇄배출권 개선이 필요하고 해외 배출권 전환 시기를 앞당겨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5년 처음 시작한 한국 ETS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산업부, 대한상의 등 자료에 따르면 1차년도 2015년 1월∼2016년 6월 말 1227만톤 거래됐던 배출권이 2016년 1월∼10월에 98만6874톤을 돌파할 만큼 거래가 폭증했다. 배출권 가격도 1만원에서 1만850원까지 치솟았다. 일각에선 2016년 6월 1차년도 최초 마감일 이후 공백기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2016년 7~11월 5개월간 총 163만톤이 거래돼 전년 동기 대비 거래량이 6배나 뛰었다.
배출권 매매에 나서겠다는 기업이 많아 ETS 시장 활성화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대한상의 지속가능원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24%의 기업만 배출권을 모두 이월할 계획이고, 39%는 연간 배출량의 10%를 보유하고 나머지는 판매할 계획으로 나타났다. 배출권 구매 희망 기업 중 60%는 2015년 차입분과 2016년 부족분 중 전량 또는 일부 구매를 희망했다.
1차년도 배출권 거래 형태를 보면 경쟁매매를 통해 배출권을 사고파는 기업은 16.4%에 불과하고 83.6%가 협의매매를 진행해 가격 담합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배출권 가격은 1만6000~1만8000원 선에서 형성될 전망이다. 이는 4센트 유로 수준에 머무는 유럽 시장에 비해 높은 가격이다. 1차년도 정산 결과 배출권 부족 기업은 44% 232개 기업으로 1100만톤이 부족했고, 잉여기업은 56% 290개 기업으로 1700만톤이 남았다. 이 중 277개 기업이 잉여분을 2016~2017년으로 이월한 것으로 분석돼 ETS 시장이 균형을 이뤘음을 보여줬다.
기업들은 상쇄배출권 제도 개선이 필요하고 해외 배출권 전환 시기를 앞당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배출권은 할당배출권(KAU), 상쇄배출권(KCU), 외부감축실적(KOC)로 세분된다. 할당배출권은 한국 내에서 이뤄지고, 상쇄배출권과 외부감축실적은 한국 밖에서 진행된 감축활동이다. 상쇄배출권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가 진행하는 청정개발체제(CDM)에서 발급한 배출권(CER)을 한국 ETS로 전환한 것을 말한다. 외부사업 감축 실적은 기업이 한국 밖에서 독자적으로 벌인 감축활동 중 인정받은 것이다.
1차년도에 KAU는 180만톤, 267억원이 거래됐고, KCU는 292만톤 441억8000억원, KOC는 755만톤 988억7000억원 거래됐다. 2016년 7월4일 처음 거래가 체결된 2차년도엔 10월 말 기준으로 KAU는 88만4224톤, KCU는 10만2650톤이 거래됐다. 권태수 효성 전략기획실 상무는 "배출권 거래시장을 활성화하고 상쇄배출권 제도를 개선해 원활하게 배출권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재성 대한상의 지속경영가능원 실장은 "ETS 활성화를 위해 시설 투자와 감축기술 개발 등 온실가스 감축 여력을 확보하며 타 부문, 중소기업 등과 연계해 감축 수단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기업이 CDM을 상쇄배출권으로 활용하는 일은 앞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CDM이 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 규모 면에서 CDM은 일반사업에서 소규모 사업을 거쳐 프로그램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에너지, 산업, 폐기물에 국한되다 조림사업으로 확산됐으며 수송을 거쳐 농업, 식생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현재 도시 규모의 CDM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오대균 UNFCCC CDM 집행이사는 "CDM을 진행하는데 비용감소, 사업기간 단축, 양식과 절차 단순화와 간소화가 이슈"라며 "시장 수요 확대를 위해 다른 부문에서 CDM 활용도 증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1차년도에 한국 ETS 할당 대상은 산업 부문에 416개 기업이 참여해 73.11%를 차지했고, 전환 부문에 40개 기업이 참여해 7.03%를 차지했다. 건물 부문엔 46개 업체가 참여해 8.08%가 참여했고 수송엔 7개 기업이 참여해 1.23%를 차지했고 공공 폐기물엔 60개 업체가 참여해 10.54%를 차지했다. 내년에 신규 진입하는 기업은 산업부 22, 농림부 2, 환경부 10개 기업 등 전체 34개 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