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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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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업계 혹독한 '원가 다이어트'…추락한 매출 메웠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11.23 07:21

【본지조사】경남에너지 ‘화창’ 서울가스 ‘구름’ 인천가스 ‘갬’



경남에너지는 화창한 봄볕에 노닐고, 서울가스는 잔뜩 구름이끼었다. 인천가스는 흐림 속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경동도시는 짙은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이런 기상도는 에너지경제신문 부설 한국2만기업연구소(소장 오일선)가 국내 가스 업계 주요 9개사의 최근 3년간 매년 3분기(1분기~3분기 합산)까지 경영 실적을 분석한 결과다. 또한 올해 3분기까지 국내 도시가스 업계(이하 가스 업계) 매출 외형은 작년 동기에 비해 20% 가량 감소했지만 순이익 규모는 오히려 증가해 눈길을 끈다.


◇ 가스업계 9곳 모두 매출 하락…가스산업 성장세 ‘빨간불’




한국2만기업연구소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9개 가스사(社)의 올해 3분기까지 총 매출은 5조 9702억원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7조 4573억원보다 19.9% 하락한 것이다. 2015년 3분기 매출 외형도 2014년과 비교하면 19.8% 가량 떨어졌다. 때문에 올해 4분기 실적까지 더하면 2016년 가스 업계 매출 규모는 작년보다 최소 10% 이상 줄어들 공산이 크다.

매출 감소는 특정 업체에 국한되지 않는다. 조사 대상 9곳 모두 올 3분기 매출 외형은 전년도 동기간 대비 추락했다. 특히 매출 규모가 가장 큰 삼천리도 전년 같은 기간에 기록했던 2조 1129억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19.1%나 떨어지는 아픔을 맛봤다. 서울도시가스(이하 서울가스)와 경동도시가스(이하 경동가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양사의 3분기 매출은 각각 8880억원과 7193억원이다.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19.9%, 29.5% 하락했다.

경동가스는 2014년 이후 연속 하강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3분기 때 1조 8335억원이던 매출은 2015년 1조 200억원으로 무려 44.4%나 미끄러지고 말았다. 올해 3분기에는 전년보다 29.5%나 하락했다. 2년 사이에 매출이 60.7%나 증발한 것이다. 그 바람에 2014년 3분기만 해도 업계 2위 매출에서 올해는 서울가스에 이어 3위로 밀려났다.

다른 가스 업체도 전년도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부산도시가스(이하 부산가스)의 올해 3분기 매출은 6464억원으로, 전년보다 17.1% 떨어졌다. 예스코 6078억원(전년 대비 -17.6%), 대성에너지 5122억원(-18.7%), 경남에너지 4435억원(-16.3%), 인천도시가스(이하 인천가스) 3609억원(-17.4%)1, 지에스이 745억원(-17.3%)도 예외는 아니다.


◇ 3분기 영업익 1344억원 작년과 비슷…영업이익률 상승



매출 하강과 달리 영업이익은 그래도 빛을 봤다. 이번 조사 대상 가스 업체 9곳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금액은 1344억원이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1345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매출이 전년보다 20% 가량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영업 내실은 ‘매우 양호’한 편이다. 영업이익 호전은 영업이익률 지표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올해 3분기 가스 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7%. 이는 전년도 1.9%와 비교하면 2배 가량 개선된 수치다.

특히 경남에너지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 금액은 19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104억원보다 무려 83.8%나 수직 상승했다. 영업이익률도 작년 대비 2배 이상 뛰었다. 내실 성장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 작년 영업이익도 2014년 3분기 때 올린 56억원과 비교하면 84.4%나 퀀텀 점프했다.

인천가스는 작년 대비 올해 3분기에 흑자로 전환하는 뚝심을 보여줬다. 작년 3분기 때 영업손익은 20억원 정도 적자였는데, 올해는 31억원이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2014년 26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부산가스의 내실 성장도 눈에 띈다. 이 회사의 올해 영업이익 금액은 288억원인데, 이는 전년도 266억원보다 20억원 이상 많은 액수다. 영업이익률 향상도 돋보였다. 2014년과 2015년 3분기 영업이익률은 3.4%, 3.5%였는데, 올해는 4.5%로 매출 대비 영업이익 비율이 높아졌다.

이외에 경동가스는 올해 영업이익이 136억원(전년 동기간 2.9%↑), 대성에너지 76억 원(0.7%↑), 지에스이 56억 원(9.9%↑)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더 좋다.

반면 서울가스, 예스코, 삼천리는 영업 내실 면에서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서울가스는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9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22억원보다 57.7%나 줄어든 금액이다. 2014년 9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점과 비교하면, 올해 영업이익은 여기에 10분의 1에도 못 미칠 정도다. 삼천리와 예스코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과 전년 대비 올해 영업이익 감소율은 각각 521억원(-21.6%), 36억원(-29.6%)이다.

이와 관련해 오일선 한국2만기업연구소 소장은 "가스 업계는 평균 1~2% 내외의 낮은 영업이익률로 인해 외부 경영환경에 따라 부침(浮沈)이 심한 업종에 속한다"며 "특히 가스 업계에선 영업이익률이 1% 오르고 내림에 따라 경영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자사의 영업이익률을 3%대로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3분기 순이익 작년 동기간 대비 5% 상승…배당 등으로 실질 이익 많아



가스 업계 올 3분기 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 정도 상승했다. 조사 대상 9개 가스 업체의 3분기 순이익 규모는 1837억원이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1749억원에 비해 879억원 늘어난 것이다.

예스코, 경남에너지, 부산가스, 인천가스, 지에스이는 작년 3분기 때보다 올해 같은 기간에 더 많은 순이익을 기록했다. 작년 3분기보다 영업이익이 30% 가량 떨어진 예스코는 순이익에선 3배 이상 뛰는 반전을 보였다. 2015년 3분기 때 65억원이던 순이익은 1년 사이에 196억원으로 뛰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했는데 분기 순이익이 증가한 배경은 2015년에 비해 배당금과 금융이자 등으로 수익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예스코는 올해 3분기까지 배당금만 205억원 이상 벌고, 이자 등으로 8억원 넘는 이익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달리 인천가스는 영업이익과 순이익 면에서 모두 크게 개선됐다. 올해 3분기 순이익은 40억원으로 작년 동기간 6억원보다 33억원 많아졌다. 한 해 사이에 순이익이 5배 이상 커졌다는 얘기다. 영업이익도 많아진데다 배당금과 금융수익 등도 함께 발생하면서 순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급증했다.

경남에너지도 작년보다 73억원 증가한 209억원의 분기 순이익을 올렸다. 2015년 3분기 때보다 54.8%나 순이익 규모가 많아졌다. 부산가스와 지에스이 두 회사의 올해 3분기 순이익도 각각 496억원, 44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4.4%, 6.7% 높아졌다.

반면 경동가스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11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7% 감소했다. 삼천리 427억원(-20.1%), 서울가스 249억원(-18.2%), 대성에너지 60억원(-18.0%)도 작년보다 올해 순이익은 더 떨어졌다. 이 중 경동가스와 서울가스는 2014년 3분기 대비 순이익이 연속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동가스는 2014년 3분기 때 365억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에는 116억원으로, 2년 사이에 68.3%나 순이익이 감소했다. 인천가스도 169억원에서 40억원으로 76.3%나 순이익이 사라졌다.


◇ 매출 줄었는데 영업이익 개선된 비결은 ‘원가절감’



매출 외형이 줄었는데 영업이익은 크게 개선된 이유는 매출원가 때문이다. 올해 3분기 가스 업체 9곳의 평균 매출원가율은 85.5%다. 이런 비율은 2014년 90.5%→2015년 88.7%와 비교하면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올해는 작년보다 2.2%포인트나 매출원가율을 더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9곳 가스 업체가 매출원가에 든 총비용은 올해 3분기까지 5조 1787억원이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 6조 6753억원보다 1조 4966억원이나 절감된 액수다.

기업별 매출원가율을 살펴보면, 매출이 가장 큰 삼천리가 2015년 3분기 89.3%에서 올해는 87.6%로 1.7%포인트 감소했다. 금액으로 치면 3898억원의 원가를 줄여나갔다. 이외에 서울가스 86.8%(전년 대비 -2.5%P), 경동가스 90.5%(-3.2%P), 부산가스 84.5%(-3.0%P), 예스코 87.3%(-2.3%P), 대성에너지 84.3%(-3.7%P), 경남에너지 82.8%(-4.4%P), 인천가스 88.4%(-3.3%P), 지에스이 77.5%(-4.4%P)로 작년 3분기보다 매출원가를 줄여나가 이익을 더 많이 올리는데 집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오일선 소장은 "가스 업계가 매출 외형 성장의 한계점을 돌파하기 위해 매출원가를 줄여나가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면서도 "매출원가를 줄이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건설 붐과 같은 외부의 특수상황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시장 다변화를 통해 다시 한 번 도약을 꾀할 필요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각 기업 분기보고서(개별 재무제표 기준)를 토대로 분석이 이뤄졌다.



[에너지경제신문 안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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