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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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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풍전등화' 한국 경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11.09 17:32
[에너지경제신문 김성욱 기자] 설마 했던 우려가 현실이 됐다.

8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예상과 달리 민주당 힐러리 클런틴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한국의 안보는 물론 경제에도 엄청난 충격을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트럼프 당선으로 지난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에 버금가는 혼란이 불거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초반부터 트럼프가 우세하다는 대이변이 연출되면서 한국의 금융시장은 패닉(공황) 장세에 빠졌다. 코스피는 장중 3%대 급락세를 보이는 등 1960선 아래로 떨어졌고, 코스닥도 4% 가까이 폭락해 600선이 힘없이 무너졌다. 원·달러 환율도 달러당 최고 14원가량 치솟았다.

아시아 다른 국가의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5.4% 하락 마감했으며 상하이, 홍콩, 싱가포르, 호주 등의 증시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문제는 이 같은 금융시장 패닉이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영국이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를 결정된 때와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이 리스크가 높은 주식이나 신흥시장 자산에서 도피해 가장 안전한 국채나 달러화, 엔화 자산으로 이동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씨티그룹은 트럼프가 승리하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가 적어도 10% 이상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한국은 트럼프 리스크에 1차적으로 노출돼 있다.

트럼프가 지금까지 쏟아낸 말들로 추정해 보면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무차별적 통상압력이 예고된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북아메리카 자유무역협정(NAFTA)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전면 철회하고 미국 이익 최우선의 무역질서를 수립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트럼프는 한미 FTA를 ‘깨진 약속’, ‘일자리 킬러’라고 비판하며 전면 개정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실제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258억달러(약 29조원)를 기록하는 등 한미 FTA 체결 이후 크게 늘었다.

FTA는 양국 중 한 국가가 협정 종료를 일방적으로 서면 통보하면 6개월 내 종료하도록 규정돼 있어 트럼프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FTA 재협상으로 양허정지가 이뤄질 경우 2017년 이후 5년간 수출 감소 269억달러, 일자리 손실이 24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또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 산업의 경우 손실액이 133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로서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도 한국에는 큰 문제다. 트럼프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대미 수출 타격은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다이와증권은 중국 수출이 7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중국도 미국에 대해 보복관세를 때릴 것이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에 한국은 ‘고래 싸움에 끼어든 새우’처럼 최대 수출시장인 대미, 대중 수출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긴급 금융위-금감원 합동 금융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한국 경제에 커다란 폭풍이 다가오고 있지만, 경제를 잡아 줄 국정의 중심은 최순실 게이트에 잡아먹힌 상황이다.

우리 정부도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발 빠르게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하지만 수장이 불확실한 정부 부처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움직일 지는 의심스러운 부문이다.

바람 앞 촛불 신세가 된 한국 경제를 살릴 정치권과 관료사회의 힘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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