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안희민 기자] "버려진 것에서도 보석을 찾아내는 것이 연구입니다. 그래서 리서치입니다." 조원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에너지융합사업단 신전지그룹 책임연구원이 내린 연구(research)에 대한 정의다. KIST에서 30년을 봉직한 그는 최근 리튬메탈전지와 리튬황전지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중요한 연구성과를 연구팀에서 견인했다.
차세대 전지인 리튬메탈전지와 리튬황전지 기술 개발에 착수한 것은 2011년. 올해 들어 리튬황전지에 적합한 분리막 기술을 확보했고, 음극재인 리튬금속에입히는 코팅 기술을 최근 개발했다. 현재는 황을 함유한 양극재용 복합물질을 한창 개발 중이다.
"리튬메탈과 황으로 쌍을 이뤄 음양의 조화가 좋은 전지를 만들려고 합니다. 리튬황은 300wh/kg 목표, 기존 리튬이온전지 양극을 사용하면 260wh/kg이 목표가 됩니다."
그는 늘 후배 연구자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리튬전지 개발에 뛰어들 당시는 레드오션이 아니었다. 지금은 레드오션으로 바뀌고 있다. 아무래도 이런 상황에서 연구개발에 뛰어든 후배들은 압박이 클 수밖에 없다. 그는 고려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KIST에서 박사,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서 포스닥을 마쳤다.
KIST 입사는 1984년 10월 공채를 통해서다.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쿄토대학에 파견나가 근무하기도 했다. 차세대 전지 연구에 뛰어들기 전 리튬이온전지 개발을 이끌었다. 그때 쌓은 삼성SDI, LG화학 인맥과의 인연은 다시 리튬메탈, 리튬황 전지 개발로 이어졌다.
"KIST의 연구환경은 날로 좋아지고 있어요. 최고급 두뇌들이 다양한 분야에 포진돼 있고, 연구결과를 분석할 장비들이 잘 갖춰져 있죠. 최근에는 전지 개발에 핵심 설비인 드라이룸을 하나 더 증설했습니다. 아쉬운 건 연구를 수행할 인력이죠."
그는 7월부터 병역특례 전문요원으로 일하며 연이어 리튬메탈전지와 리튬황전지에서 핵심 성과를 창출해 내는 김문석씨를 ‘만감이 교차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김문석씨는 무인자동차로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시대를 꿈꾸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무인자동차를 실현하는 데는 전기차가 적격이고 전기차 핵심이 ‘전지’인 만큼 성능 좋은 전지를 개발하면 년간 10만명의 교통사고 상해자를 양산하는 한국 사회를 개선할 수 있다.
특히 김문석씨가 최근 개발한 저렴한 리튬금속 코팅 기술은 발화하기 쉬운 리튬 소재에 안전성을 더해줘 의미가 남다르다. 조 박사에 따르면 리튬메탈전지나 리튬황전지는 갤노트7 사고를 일으킨 리튬이온전지보다 더 위험하다. 에너지 밀도 달성도 중요하지만 안전성 확보에 조 박사 연구팀이 방점을 두고 있는 이유다.
조원일 책임연구원은 "국가가 지원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후배들이 다른 것 신경 쓰지 않고 연구에만 몰두하는 큰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