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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미약품 사태 원인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10.20 13:33

증권부 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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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나유라 기자


한미약품의 늑장공시 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 장 마감 이후 한미약품은 로슈 자회사인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표적 항암제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오전 9시 30분경 베링거인겔하임과의 8500억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 해지라는 악재성 정보를 공시했다. 30일 장 시작과 함께 65만4000원으로 장중 최고점을 찍은 한미약품 주가가 악재 공시 이후 큰 폭으로 추락하면서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투자자들은 분개했다. 내부자 정보를 미리 알고 이득을 취한 공매도 세력 때문이었다. 한미약품 악재성 공시는 지난달 29일 오후 6시 50분부터 카카오톡 등을 통해 유출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 지난달 30일 한미약품 공매도량은 10만4327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이 가운데 절반인 5만471주가 공시 직전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즉, 개인투자자가 30분동안 최대 24%의 손실을 입은 반면 악재성 정보를 미리 입수한 누군가는 20%에 달하는 차익을 거둔 것이다.

한미약품 사태를 계기로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국감 역시 국회의원들은 공매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최근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이번 사태의 원인이 ‘공매도’라는 제도인지 아니면 미공개 정보로 이득을 챙긴 ‘사람’들인지 헷갈린다는 점이다. 어째 시장에서는 미공개 정보로 부당 이득을 챙긴 세력보다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쪽에 더 무게가 실린 모습이다. 사전 정보를 알고 부당 이득을 챙긴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고, 다시는 제 2의 한미약품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한 법적 조치를 강구해야 할 중요한 시기임에도 공매도라는 제도만 부각되고 있다.

공매도에도 분명 순기능이 있다. 조금만 시선을 바꾸면 주식시장에서 위험을 헷지할 수 있는 하나의 상품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시장 형평성을 위해서는 개인투자자들도 공매도가 가능하도록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 이와 동시에 부당 이득을 챙긴 세력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등 수위를 높여 다시는 이러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제도’에 초점을 맞춰 부당 이득에 대한 처벌은 얼렁뚱땅 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부디 기우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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