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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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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펀드 판매 허용 '그림의 떡'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05.27 08:29
시스템 개편·인력 충원 당장 어려워
투입 비용 대비 실적 낮을 걸로 전망
전문성 떨어져 고객 가입 미비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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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용 대비 실적 낮을 걸로 전망전문성 떨어져 고객 가입 미비할 듯



[에너지경제신문 박시형 기자] 펀드판매 채널 확대에 따른 인가신청서 접수가 다음달부터 시작되지만 저축은행 업계는 한숨만 쉬고 있다.

서비스 다양화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겠지만 초기 비용이 부담스러운데다 실익면에서는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자산 3000억원, BIS비율 7%, 자기자본 250억원 이상인 저축은행 총 30개사에 공모펀드 판매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는 내달부터 인가신청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을 비롯해 상호금융, 우체국, 카드사 등 판매채널 확대가 공모펀드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저축은행 업계는 펀드 판매가 반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당장 준비해야 할 것은 많은데 여력은 충분치 못하기 때문이다.

펀드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한 전산시스템을 마련해야 하고, 판매 자격증을 보유한 직원들을 충원하거나 교육을 통해 갖춰야 한다.

초기비용이 많이 들다보니 규모가 큰 저축은행 위주로 펀드 판매를 할 수 있다.

A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펀드 판매에 대해 논의만 하고 있다"며 "시스템 개편이나 인력충원 등이 시중은행처럼 즉각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제도가 개선되더라도 도입에는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도입한다 하더라도 실익을 따져봤을 때 투입되는 비용대비 실적이 썩 좋지는 않을 걸로 예상되는 점도 부담요소다.

대형 저축은행들의 경우 방카슈랑스를 판매해 매월 5억~6억원대의 수수료를 챙기기도 하지만 대다수저축은행은 보험사의 제휴 재조정 등으로 실익을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B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저축은행에서는 방카슈랑스, 골드바 판매 등 고객 편의를 위한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실적은 신통치 않은 편"이라며 "펀드 판매도 서비스 다양화라는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겠지만 실적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확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펀드판매의 경우 전문적인 영역이라 저축은행 고객들이 가입을 꺼릴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공모펀드는 금융위가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정도로 증권업계 외에서의 성장이 부진한 상황이다. 게다가 펀드는 전문적인 투자라는 생각이 사람들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어 가입하려면 증권사로 가는 게 일반적이다.

저축은행에서 펀드를 팔더라도 전문성이 보장되지 않다는 이유로 가입이 저조할 수 있다는 의미다.

C저축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계획에 맞춰 도입할 계획은 세워두고 있다"면서도 "다만 펀드라 팔릴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전 저축은행 업계가 펀드 판매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만 보내는 건 아니다. 취급할 수 있는 업무가 더 늘어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 다변화를 위한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하자 금융위가 고심 끝에 펀드 판매로 채널을 열어준 것"이라며 "먹거리가 하나 더 생긴 것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박시형 기자 meelo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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