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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고준위폐기물을 보는 두 가지의 시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05.26 13:35

천근영 에너지부 부국장

천근영

고준위방사성폐기물(고준위폐기물)의 관리 기본계획을 눈 빠지게 기다린 두 집단이 있다. 하나는 당연히 원자력계이고, 다른 한 곳은 반원자력계다.

원자력계는 나날이 쌓여가는 고준위폐기물 처리를 위해서고, 반원자력계는 이슈의 이슈화를 통한 존재 부각 때문이다.

같은 사안인데, 목적은 판이하다.

25일 정부가 내놓은 기본계획에 대한 두 집단의 반응은 예상에서 한 치도 어긋나지 않았다. 원자력계는 "늦은 감이 있지만, 상반기 중에 나와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반원자력계의 대표격인 녹색당은 "기본계획안에는 기본이 없다"며 "단순히 고준위방폐물 처리에 관한 기본이 없는 게 아니라 핵발전 정책 전반에서 기본을 갖추지 못했다"고 혹평을 쏟아냈다. 원자력법에 ‘원자력발전’이라는 용어가 분명하게 명시돼 있는 데도 굳이 ‘핵발전’이라는 자극적인 용어를 끌어다 쓴 채 말이다.

녹색당의 ‘기본이 없다’는 지적은 사실 기본계획을 향한 게 아니다. 자료에서도 밝혔듯이 녹색당은 정부가 원전 확대 정책 자체가 잘 못돼 있다는 것이다. 고준위폐기물이든 중저준위폐기물이든 모든 방폐물은 원전에서 비롯되는데 원전 폐지 정책 없이 폐기물 처리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기본이 안 돼 있다는 것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모든 결과는 원인이 있듯 결과물인 방폐물 역시 원인자인 원전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인자인 원전을 없애는 것이 방폐물 정책의 기본이라는 논리다. 이 논리 역시 맞다. 그런데 답답하다. 우리나라에 원전이 몇 기나 있으며 또 거기에서 어느 정도의 폐기물을 발생시키는지 세세한 내용까지는 모른다고 해도, 의무교육인 중등교육만 받은 국민이라면 원전이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다.

또 기후변화를 등에 업고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뜨고 있다 해도 아직까지는 주 전원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데, 마치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새로운 사실을 일깨워주듯 원전 폐지를 외치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위험성으로 따지자면 원전 보다 비행기, 비행기 보다 자동차가 몇 배는 더 위험하다.

전 세계에서 하루에 수천여명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고, 이런 상황은 벌써 수십 년 째 계속되고 있다. 그런 자동차는 놓아두고, 원전만이 최대의 공적인 것처럼 사사건건 딴지를 거는 이유 역시 모르는 바 아니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더구나 원전 폐쇄와 백지화를 제외한 계획은 허구요 기만이라는 주장을 보고 있자면 이들이 이 땅에 사는 이 나라 국민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정부가 25일 발표한 기본계획이 그렇게 기본이 없는 계획인가? 계획이 다소 늦어진 이유는 1년 여의 활동기간을 마치고 해체된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안을 충실하고 꼼꼼히 검토했기 때문이다. 또 그런 흔적이 여실히 보인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와 관련해 시설의 안전성을 연구하는 지하연구시설 건설과 중간저장시설, 최종처분장 등의 부지를 선정하는 기간을 12년으로 연장키로 한 것도 그렇고, 중립적 인사로 부지선정 조직을 구성키로 한 것, 타운홀 미팅 등 지역주민들과의 상시 소통의 창구를 만들기로 한 것도 그렇다. 특히 중간저장시설 건설 시기를 공론화위원회 권고안 보다 8년 정도 길게 잡은 것 또한 고민의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고준위폐기물의 관리 방식과 절차를 담은 ‘중장기 안전관리 로드맵’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다. 이 계획대로 가야 세계 5위권의 원전대국 대한민국은 2035년 고준위폐기물 중간저장시설을 운영할 수 있고, 2053년에야 영구처분시설을 가동할 수 있게 된다. 다른 원전국가와 비교해 많이 늦은 것이다.

안전성 확보 차원에서 계획의 허점을 지적하는 비판은 원자력계에 약이 된다. 반원자력계가 해야 할 일은 계획을 내놓은 정부가 제대로, 합리적으로, 절차에 입각해 사업을 하는가를 감시하는 것이다. 가능하지도 않은 원전 폐쇄를 주장하며 자극적인 용어로 국민은 호도하는 것을 일삼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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