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리튬을 놓고 가격을 올려달라는 소재기업과 어렵다는 완제품업체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3일 전지업계에 따르면 양극재 기업은 리튬가격이 작년 대비 두배 이상 올라 납품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전지 완제품 기업은 리튬 수급량을 늘려 종전 수준 유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리튬은 전지가격의 10% 가량을 차지한다. 양극재가 전지 원가의 34%, 리튬이 양극재의 3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리튬가격이 오르면 전지가격도 오를 수 밖에 없다.
전지가격이 오르면 전지 완제품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전지기업은 양극재 기업의 요구를 당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실정이다.
주요 전지기업인 삼성SDI는 1분기에 퇴직금 등 1회성 비용을 제외했더라도 영업손실이 500억원 대인 상황이다. LG화학도 리튬폴리머전지의 수익성 악화로 1분기에 전지부문에서 3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따라서 이들 기업은 양극재 소재 기업들이 리튬 물량을 추가로 확보해 가격을 종전 수준으로 납품하거나 비축해 둔 재고 방출을 요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지 완제품업체 관계자는 "양극재 기업들이 장기계약을 통해 확보한 리튬 재고물량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문제는 리튬 가격이지 물량이 아니다"라며 "양극재 기업이 다른 거래선을 확보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극재 기업은 당연히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양극재 A기업 관계자는 "리튬은 국제 고시 가격이 따로 없어 부르는 게 값"이라며 "물량 계약도 1년 단위이며 분기나 반기별로 확보된 물량의 가격 협의를 별도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 물량을 추가로 확보하고자 했지만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B기업 관계자는 "작년 12월 리튬 가격이 전년대비 두 배 이상 뛰었다"며 "신규 리튬 확보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최소 1년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지용 리튬이 고품질이고 고객사 요구도 제각각이어서 시험검사 기간만 6개월~1년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CRU에 따르면 중국산 리튬 현물가격은 2015년 중반 톤당 7000달러(795만원)였으나 현재 2만달러(2271만원)를 호가한다.
리튬 가격 폭등으로 채굴이 중지됐던 호주의 카트린산 리튬광에선 다시 채굴이 시작됐지만 연간 생산량이 1만9000톤에 불과하고 중국의 리튬광 개발기업 장시강펑리튬이 호주 마리온산에서 연간 2만9700톤 규모의 리튬을 생산할 계획이지만 올해 중반 이후에야 가능하다.
알버말이 칠레 라네그라에서 연산 2만톤급 규모의 설비 증설을 시작했지만 초기단계며 포스코도 아르헨티나 살레주 포루엘로스 염호에서 리튬염을 개발을 시작했지만 현재 2000톤급에 머무르고 있고 2017년에서야 2만톤 시설이 확보가 가능하다. 즉, 내년 이후에야 리튬 수급과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설 수 있어 올해 2∼4분기엔 당장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양극재 기업은 2분기부터 양극재 가격을 올려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런 배경엔 양극재 기업의 경영사정이 좋지 않은 점도 한 몫 한다.
양극재 기업인 앨엔에프는 2015년 매출이 2351억원이지만 19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코스모신소재도 2015년 매출이 1334억이지만 7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양극재 기업인 에코프로는 2016년 1분기 매출 396억원이지만 영업이익이 31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전지 완제품업체 한 관계자는 "양극재 가격이 오르면 전지 가격도 오를 수 밖에 없는 만큼 전지를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 기업과의 협의가 불가피하다"며 "양극재 기업의 요청을 수용하기만 하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경제신문 안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