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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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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UN기후변화대응 총회, 현재까진 '우보' 행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5.12.07 15:54

기후재원을 둘러싸고 선진국과 개도국 갈등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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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UN기후변화당사국 총회가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갈등 노출로 당초 기대보다 못미친 결론이 도출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사진은 기후변화대응에 관한 캠페인 사진 (사진=플리커)

[에너지경제신문 안희민 기자] 파리에서 진행 중인 UN기후변화당사국 총회에서 기후재정을 둘러싼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이견으로 협상 자체가 용두사미로 끝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7일 파리 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국내 정부·시민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기후재원을 둘러싸고 OECD 국가들과 인도가 대표하는 개도국 간 다른 시각이 노출되고 있다.

선진국들은 2020년까지 매년 1000억달러(약 116조원) 모금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까지 기후재원으로 620억달러(약71조원)을 모금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인도 등 개도국들은 액수가 과다 계산됐다며 기후재원으로 볼 수 있는 재원은 실제로 22억 달러(약 2조5000억원)에 불과하다고 봤다.

이러한 상황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달 영국을 방문하며 기후변화에 대해 책임지는 정도가 선진국과 개도국 간 엄연히 다르다는 내용의 발언이 외신을 통해 흘러 나왔다.

시 주석은 당시 중국의 기후변화대응 노력을 강조하면서도 기후변화가 석탄이 대거 에너지원으로 활용된 산업혁명 시절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선진국의 책임을 분명히 강조했다.

일각에선 유럽이 경제발전을 위해 기후변화를 과장했으며 각종 기후변화 관련 사업을 진행하며 정체된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는 의구심도 있어왔다.

후진국은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등 기후변화대응에 유력하다는 플랜트와 제조기술을 직접 구매하기보다 선진국이 공여하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반면 선진국 입장에선 기후변화대응을 위해 기금을 조성하더라도 직접적인 재원 외에 현물공여나 투자계획, 지분참여 등으로 자국 기업이 지속 발전 가능하도록 기본적인 수입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 차이가 좀처럼 변화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협상 자체가 명분 확인 수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4일엔 파리 UN기후변화총회가 의정서 아닌 합의문 수준의 문서를 채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최재철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파리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협상 진전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고 각국이 실무협상에 들어가 이해관계 조율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 대사는 "계획대로라면 9일 수요일엔 합의문이 나와야 하고 그 다음에 법률 전문가각 살표보고 최종합의를 해야한다"며 "최종 협상장에 합의가 대부분 이뤄진 ‘클린 텍스트’를 갖고 가느냐 여부가 파리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은 기후재원이 충분히 조성되고 있다고 봤지만 인도 등 후진국은 실제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은 선진국 발표의 1∼2% 수준이라고 맞서고 있다. 인도 등 개도국은 기후변화대응을 위해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필요하다. 사진은 인도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시설 (사진=한화큐셀)


선진국과 후진국의 입장차는 하루 이틀된 이야기가 아니며 산업현장과 국제정치 일선에서 가감없이 그대로 재현돼 왔다.

선진국 기업은 후진국에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발전설비를 설계조달건설(EPC)하는 수준의 사업을 진행하면 명분도 살고 실리도 챙길 것이라고 봤지만 후진국은 선진국 기업과 전력판매 장기계약을 맺는 대신 교육훈련과 기술이전을 요구해왔다. 후진국은 선진국 기업이 자국 플랜트에 쏟아부은 설계조달건설 비용을 자국과의 전력판매 장기계약에서 회수해 가기를 기대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5년 이상 장기적으로 재원 조달이 가능한 일부 기업에게만 후진국에서 기후변화대응 관련 사업이 가능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녹색기후기금(GCF)설립과 자금 조성 방안이 나왔으나 수혜 국가가 키리바시, 투발루 등 미크로네시아의 섬나라 등 최극빈국에 머물 것으로 예상돼 선진국의 반발이 컸다. 일례로 미국 오바마 정부는 GCF 자금으로 30억달러를 내놓겠다고 밝혔으나 법원과 의회의 눈치를 보는 실정이다.

다른 국가들도 GCF의 자금 조성을 위해 일부 재원을 예산에서 확보해 집행하긴 했으나 아직까진 상당부분이 ‘구두 약속’에 불과한 실정이다. 기후변화 재원과 관련한 후진국의 태도도 도마에 오르긴 마찬가지다. 인도는 2022년까지 100G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자국에 짓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위해 미국, 일본 등에 손을 벌리고 있는 실정이다.

ADB, 세계은행, AIIB 등 국제금융기구와 지역협력체의 사업과 조력도 기대할 수 있으나 지구온도를 2도 낮추기 위해 당장 행동에 옮겨야 한다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의 요구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아시아풍력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한경섭 포스텍 교수는 "이러한 갈등은 부자와 빈곤층 간 발생했던 고전적인 일"이라며 "남북갈등은 앞으로 계속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런 식이라면 당초 기대와 달리 파리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대응에 계륵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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