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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뻥연비 모른 척…국내 소비자는 호갱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5.08.03 18:40

비판 아랑곳없이 118d 부풀린 연비 그대로 판매

▲BMW 118d. 사진제공=BMW코리아

[에너지경제 이창훈 기자] 점입가경이다. BMW코리아가 ‘뻥’ 연비 논란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더니 어물쩍 넘어가려는 모양새다. 심지어 뻥 연비로 차량을 소개하는 전시장도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BMW코리아가 국내 소비자를 봉으로 알고 있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BMW코리아는 최근 ‘뻥’ 연비 논란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된 차량은 소형 해치백 118d와 미니쿠퍼 SD 5도어다. 두 차량의 연비는 각각 17.4㎞/ℓ, 17.6㎞/ℓ로 1등급이다. 그런데 이 연비는 16인치 타이어를 장착하고 측정했다. 두 차량은 17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모델밖에 없다. 소비자는 16인치 타이어로 측정한 연비를 보고 17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차량을 구매하는 꼴이 된다(본지 7월 21일자 1면 참조).

그런데 취재 결과 BMW코리아는 여전히 16인치 타이어로 측정한 연비를 내세워 차량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는데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셈이다. BMW와 MINI의 홈페이지를 보면 118d와 SD 5도어의 연비는 17.4㎞/ℓ, 17.6㎞/ℓ로 그대로다. 그야말로 안하무인이다.

점임가경 BMW…국내 소비자는 봉?

▲BMW 홈페이지에 게재된 118d의 제원표. BMW 홈페이지 캡쳐

점임가경 BMW…국내 소비자는 봉?

▲BMW 미니 홈페이지에 게재된 SD 5도어의 제원표. 미니 홈페이지 캡쳐

이에 대해 BMW코리아 측은 연비를 속이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같은 해명만 되풀이했다. BMW코리아는 올해 말까지 16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라 그것을 감안해 연비를 측정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아직 16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모델을 출시하지 않았다. 현재로선 고객이 16인치 타이어로 측정한 연비를 보고 차량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16인치 타이어로 측정한 연비를 17인치 타이어로 측정했다고 거짓으로 설명하는 전시장도 많다. 서울 소재 BMW 전시장은 "118d의 연비는 17.4㎞/ℓ"라며 "차를 처음 제작할 때 17인치 타이어에 맞춰서 최대치를 뽑아 낸 수치가 17.4㎞/ℓ"라고 말했다. 수도권에 소재한 MINI 전시장은 "SD 5도어는 17인치 타이어를 끼고 연비가 17.6㎞/ℓ다. 연비가 굉장히 잘 나오는 편"이라고 소개했다. 

몇 인치 타이어로 측정한 연비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전시장도 있다. 서울에 있는 BMW 전시장은 "몇 인치 타이어를 장착하고 연비를 측정한 건지 확인할 수 없다"며 "자료상에 어떤 휠을 끼고 연비를 측정했는지에 관한 정보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18d의 연비는 17.4㎞/ℓ’라고만 적힌 자료를 받는다"고 밝혔다.

물론 118d의 연비는 16인치로 측정했고, 실제 차량에는 17인치 타이어가 장착된다고 설명하는 전시장도 있다. 그러나 17인치 타이어로 측정한 연비라고 소개하거나 몇 인치 타이어로 측정했는지 모른다고 답변하는 전시장이 많은 실정이다. 이에 대해 BMW코리아 관계자는 "(연비 논란 이후) 전시장이나 딜러를 상대로 따로 교육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딜러가 판매를 위해 교육 받은 내용을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BMW코리아가 교육을 철저히 시키지 않은 것 중 하나로 보인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과) 교수는 "(BMW코리아 해명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현재 판매하지 않는 타이어 인치로 측정한 연비를 광고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소비자를 속이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근 수입차의 국내 점유율이 상승하면서) 수입차 업체가 기존의 나쁜 관행을 답습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며 "(연비 논란에도 불구하고) BMW코리아가 공식 사과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 그 예"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들도 "(국내 업체와 비교하면) 수입차 업체는 소비자 비난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며 "(이렇게 수입차 업체가) 나쁜 관행을 습관화하는 것은 정책 당국의 잘못이 큰 데, 정부에서 이런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법적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작년 싼타페 연비 논란으로 거센 비난이 일자 소비자에게 1인당 최대 40만원의 연료비를 보상했고 작년부터 타이어 규격에 따라 연비를 복수로 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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