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왕자의난' 주역 신동빈 롯데 회장. 사진=연합뉴스 |
[에너지경제 최석재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일 오후 귀국해 "조만간 아버지, 형을 만나겠다"면서도 "(신 회장 포함)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은 법적 효력이 없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는 주변 여건에 아랑곳없이 한일 롯데 경영권 승계를 타협 없이 독식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독식 여부를 놓고는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결국에는 계열사 분할로 갈 것이란 전망이 슬슬 고개를 들고 있다.
롯데 측도 "결국 현대나 두산처럼 계열사 분할로 가지 않겠느냐"는 분석을 조심스럽게 내놓는 실정이다. 분할을 견인하고, 독식을 가로막을 요인으로는 무엇보다 부친과 형을 등지는 비정한 욕심과 오너 리스크, 그리고 모친 시게미쓰 하쓰코의 역할론 등 3가지가 거론된다.
롯데그룹 왕자의 난은 시간이 흐르면서 차남 신동빈과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간의 대립 구도에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과의 갈등까지 더해졌다.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롯데 창업자가 얽힌 이전투구로 전락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차남 신동빈은 은 자신을 이사에서 해임했다며 법적 하자를 내세우며 부친을 총괄회장에서 명예회장으로 강제 퇴직시켰다. 설령 신격호의 해임 방식이 황제경영, 전근대적 방식이라 비판을 받을 소지가 다분하지만, 아들이 부친이자 창업주를 단칼에 무장해제시키는 행위는 비도덕덕 비윤리적 행위로 비쳐지기에 충분하다. 일각에선 패륜이란 강한 어조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오너 리스크’도 확산되고 있다. 총수 일가의 행보가 기업 이미지와 매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신격호, 특히 신동주-신동빈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극적인 타협을 끌어내지 못하고 분쟁이 주주총회 표 대결과 소송전으로 비화할 경우 롯데 기업에 대한 불만은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짙다.
더구나 롯데 일가의 복잡한 가계도와 신동주-신동빈의 부족한 한국어 실력이 이번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확연히 드러나는 바람에 ‘롯데는 사실상 일본 기업’이란 이미지가 인터넷 포털과 SNS 등을 타고 확산되고 있다. 네이버에서 아이디 ‘mode***’는 "두 아들 모두 한국어를 못한다는 건 한국에 대한 애정과 애국심이 0%란 소리"라고 성토했다.
롯데그룹의 지분 구조 정점에 광윤사(光潤社)와 일본 롯데홀딩스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누리꾼 사이에선 한국에서 번 돈을 일본으로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롯데 불매운동이 거론되는 분위기다. "롯데 것을 쓰면 쓸수록 우리 자본이 일본으로 간다는 불편한 진실을 알았다"(imso****), "일본 기업 불매가 답이다"(3172****) 등 주장은 누리꾼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롯데는 소비재 중심 기업이라 이미지 실추는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신동빈도 이런 비판여론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3일 귀국하자마자 "이런 사태가 빨리 해결되고 빨리 정상화돼야 한다"며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천명했다.
신동주·신동빈의 모친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를 분쟁 해결의 중재자로 말하는 재계 관계자가 적잖다. 하쓰코씨가 베일에 가려진 광윤사 대주주이거나, 하쓰코씨와 그의 친척이 지분의 상당 부분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광윤사는 일본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소규모 포장재 회사로 신격호 총괄회장이 2002년 50% 지분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 이외에 지분 구조가 그동안 알려진 적이 없다. 다만 광윤사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30% 안팎으로 보유했다고 알려져, 이번 경영권 분쟁과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의 승패를 가를 핵심 요소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때문에 하쓰코씨가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이번 경영권 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설 수 있다. 롯데 안팎에서는 하쓰코씨가 갈등을 봉합한 뒤 제3의 대안을 찾을 것이란 얘기가 힘을 얻고 있다. 시아버지 기일에 맞춰 지난달 말에 내한했을 때 "일부 계열사를 떼어 큰아들에게 주는 쪽을 (신격호 총괄회장과) 논의했을 수도 있을 것"이란 추정이 그래서 흘러나온다. 일본에 돌아간 뒤 한국 언론과 만나 "신동주·동빈 둘 다 사랑하는 아들"이라 말한 대목도 그런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기 때문이다.